증권사 순익 전년比 33%↓ 전망
일평균 거래대금 13조6천억 줄어
“추가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1분기를 시작으로 실적 감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시장 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 등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겹악재를 맞았다. 다만 개별적인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선 이후 업황이 크게 악화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을 보면 58개 증권회사의 작년 순이익은 9조9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2% 급증한 수치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5%로 전년 대비 3.4%p 올랐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대외 변수로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실적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작년 4분기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3분기보다 48% 급감한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33조3000억원) 대비 급감했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 감소를 상쇄했던 해외 주식 거래대금도 지난해 4분기 대비 27.7% 줄어든 791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를 넘어선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NH·삼성·키움증권 등 5곳에 달했지만 역대급 호황에 따른 ‘역 기저효과’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들 5개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은 9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이 크게 줄었던 작년 4분기와 비교해서도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으로 인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우려도 더해졌다. 5개사의 ELS 총 발행 금액은 약 16조원으로 이 중 자체 운용 규모는 약 9조7000억원 수준이다. 다행히 H지수가 반등해 위기는 넘겼지만 불안정한 증시 환경이 지속되면서 증권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약화됐다. 현재 KRX 증권업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5% 넘게 내려앉았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에 연동되는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고 기업금융(IB)·자산관리(WM)를 키우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3개로 세분화해 초고액자산가를 공략하는 전략과 함께 IB 경쟁력 강화를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 발표도 활발한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총 3622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결정했고, 키움증권도 3년 만에 43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삼성증권은 전년(1965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3393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NH투자증권 등은 디지털 자산시장 탐색과 관련 사업 진출에도 공을 들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와 더불어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증권사의 영업환경은 녹록치 않다”면서 “대형사 기준 분기 2000억원에 육박하는 어닝파워는 유지될 것이나 추가 증가 여력은 크지 않아서 모멘텀이 존재하는 종목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증권사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국내외 유동성 여건 변화가 관건이고 국내에서도 3월 대선 이후로는 신용 여건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업황 지표의 추가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