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재계약 고민하던 김광현, 입단식에서 SSG랜더스행 배경 설명
직장폐쇄로 답답할 때 자존심 세워주며 자신 원해준 구단에 감사
김광현(34)이 활짝 웃으며 친정팀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SSG는 16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 파크호텔에서 김광현의 공식 입단식을 개최했다. 민경삼 SSG 대표이사가 29번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와 야구 모자를 씌웠고, 김원형 감독과 추신수-최정은 꽃다발을 선사하며 김광현의 복귀를 환영했다.
행사에 앞서 SSG는 “김광현의 2022시즌 연봉은 81억원”이라고 알렸다. 단일 시즌 연봉으로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 지난 8일 발표한 4년 총액 151억원의 계약 조건도 이대호(롯데), 나성범(KIA)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규모를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지난 겨울 귀국했을 때만 해도 김광현에게 KBO리그 복귀는 선택지에 없었다. MLB(메이저리그) 구단과의 재계약 의지가 강했다. SSG 복귀설이 피어오를 때도 김광현의 마음은 미국에 기울었다. 빅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년 보장 800만 달러, 최대 1100만 달러 조건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2020∼2021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빅리그 통산 10승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는 ‘이달의 투수’까지 노릴 정도의 투구도 뽐냈다. 부상 탓에 상승세가 꺾이며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오르지 못했지만, 빅리거로서의 김광현 가치는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FA 시장에 나선 김광현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12월2일부터 이어진 MLB 직장폐쇄(락다운)로 인해 FA 계약 협상에 나설 수 없었다. FA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등 메이저리그와 관련한 모든 행정 업무가 중단되는 직장폐쇄가 길어지면서 정규시즌 개막일도 미뤄졌다.
국내서 훈련하던 김광현도 시간히 흐를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그때 다시 손을 내민 것이 SSG다.
김광현은 "SSG 단장님이 '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주셨을 때 아쉬움을 접는 건 순식간이었다. 현재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사흘 뒤 (MLB 노사) 협상이 완료됐는데 그 다음 날이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금도 아쉽진 않다"고 후회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김광현의 SSG 계약이 발표된 지 사흘 만에 MLB 노사는 정상화에 합의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면 MLB 구단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SSG와 계약한 뒤였다. 일부에서는 ‘비운의 빅리거’라는 별칭까지 붙였지만, 김광현에게 SSG는 따뜻한 안식처였다.
깊은 고민 끝에 빅리그를 뒤로하고 SSG랜더스로 온 것은 비운이 아닌 운명이었다. 국내 최고대우로 김광현의 자존심을 세워줄 SSG가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다.
행운아가 된 김광현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부터 정말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미국을 다녀왔다. 잊지 못할 큰 경험을 했다. 내가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4년 동안 최대한 돌려드리겠다. 팬들도, 나도, 프런트도, 선수들도 전부 마찬가지다. 목표는 한 가지다. 우승을 위해 최대한 돕겠다. 많은 미디어와 함께 우승 인터뷰를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는 약속으로 SSG와 팬들에게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