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양 적극 협조 의지…"마지막까지 국정 전념"
문대통령 여느 때 다름 없이 업무…尹과 전화 통화도
박경미 '文 메시지' 읽다 눈물…靑 내부 분위기 해석
청와대는 '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집권 5년의 성적표를 받아 든 10일 외견상으로는 담담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 후보로 정권 교체까지 이뤄내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듯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복잡한 속내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 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청와대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크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안정적인 임기 마무리와 '말년 없는 정부'를 위해 정권 재창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정권 이양 작업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차분하게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선거 과정이 치열했고 결과 차이도 근소했지만 이제는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국정 공백 없이 마지막까지 국정에 전념하며 차기 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윤석열 당선인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축하난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윤 당선인에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고, 대통령 사이의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며 "새 정부가 공백없이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한-콜롬비아 수교 60주년 기념 정상 간 서한 교환 등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업무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전화를 걸어 위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차분했다. 하지만 청와대 곳곳에서 착잡하다는 반응이 새어 나왔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 짓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통화 내용을 브리핑한 후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낭독하는 도중 눈물을 흘려 브리핑장을 숙연케 했다. 박 대변인은 뒤돌아서 눈물을 참으려는 모습도 보였지만, 결국 브리핑을 잠시 중단하고 퇴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잠시 시간을 달라"며 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약 5분 뒤 감정을 추스르고 나와 "당선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브리핑을 마저 이어 나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기 말 국정 운영 동력을 유지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하고, 일부 현안에 대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다.
대선 성적표를 받아 든 청와대는 남은 기간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나들고,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1~2주 내 오미크론 확산세가 '최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행정력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 조만간 회동해 방역 정책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식당·카페 등의 24시간 영업 △방역패스 완전 철폐 △소상공인·자영업자 위한 손실 보상 재원 50조원 확보 등을 내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