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니켈선물 ETN' 거래정지
ELS 조기상환 실패 가능성 확대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서방진영 간 상호 경제 제재로 번지며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나온다. 이 가운데 파생상품시장에 투기성 자본 유입도 계속해 늘고 있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의 조기상환 실패와 마진콜 발생 위험 증가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2월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증권(ETN)을 1조1508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99억원, 1조3659억원 순매도 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원유 선물에 대한 투기성 성격이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상반되는 성격의 레버리지와 인버스 2X ETN에 거래대금이 가장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거래대금은 1927억원에 달했고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에도 1567억원에 자금이 오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하며 원자재 변동성이 확대되자 향후 전망을 두고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원자재 변동성이 시장 예상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도 특정 상품과 원자재의 수출을 금지하겠다며 맞받아쳤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파생 효과는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78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시장 전반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파생상품시장에서의 유동성 위험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에 대해 거래 정지 조치했다.
이 ETN은 'S&P GSCI 니켈 -2배 지수(S&P GSCI Nickel 2X Inverse TR)의 등락률에 따라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66.25% 상승 마감하자 기초지수의 종가가 0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ETN 상품의 기초지수값이 0으로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 측은 "사실상 지표가치가 복원될 가능성이 없다"며 "향후 지수사업자인 S&P의 기초지수 처리 방향 등에 대해 추가 확인 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해 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주가연계증권(ELS)에서도 유동성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급격한 선물가격 변동으로 인해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 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마진콜은 가격 변동성이 야기하는 것이므로, 기초자산이 하락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할 때도 발생한다"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원자재 생산 기업들이 마진콜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조기 상환 실패 가능성이 제기된다. 2월 말 기준 유로스톡스50 지수가 6개월 전 주가의 95%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금액은 전체 ELS 발행의 80% 수준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유럽 증시가 낙폭을 확대하면 3월부터는 ELS 조기상환 실패가 많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기에 예의주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