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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대하는 루이비통의 이중잣대 [이나영의 스펙트럼]


입력 2022.02.08 07:00 수정 2022.02.08 05:54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내년 3월까지 국내 시내 면세점 전 매장 철수

럭셔리 이미지 타격 탓…일각선 “오픈런도 브랜드 가치 훼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들이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 면세점 철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롯데면세점 제주점에서 매장 영업을 중단했고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워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이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있는 나머지 시내면세점 매장도 오는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결정을 내린 건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때문이다. 이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다시 되파는 것이 루이비통의 고급화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판단해서다.


국내 면세점은 따이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따이궁은 시내 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현재 이들의 비중은 90%까지 확대됐다.


이쯤에서 다른 의문도 고개를 든다. 따이궁이 루이비통의 고급화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철수한 것이라면 ‘오픈런(백화점 오픈 시간 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현상)’도 마찬가지 아닌가.


길거리에 주저앉아 매장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텐트까지 가져와 전날 밤부터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노숙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본인이 사용하려는 실수요자도 분명 있지만 재판매업자(리셀러)도 수두룩하다.


일부 VIP고객들은 오픈런 행렬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너도나도 입고 들면서 명품의 상징성이 예전 같지 않다고 토로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품을 소비한다. 그러나 너도나도 명품 하나쯤은 갖고 있는 시대가 되면서 희소성, 특별함이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이 오픈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무려 다섯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도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루이비통·디오르·셀린느·불가리 등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 642억유로(약 86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20년 매출과 비교하면 44% 증가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실적과 견줘도 20% 늘었다.


2021년 순이익은 120억유로(약 16조원)로 2020년보다 156%, 2019년보다 68%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21.4%에서 2021년 26.7%로 올랐다.


루이비통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0원에 그친다. 샤넬코리아와 에르메스코리아는 국내 기부금으로 각각 6억원, 3억원을 썼다.


루이비통은 ‘오픈런은 되지만 따이궁은 안된다’는 어색한 이중잣대에 함몰돼 있다.


배를 불리기 위한 배짱 영업에만 급급해 스스로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 아닌가 싶다. 명품의 품격을 기대하긴 너무 큰 욕심일까.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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