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내 비율 첫 20% 돌파
금융권 부실 확산 통로 우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스스로 차주의 담보나 신용을 평가하지 않고 외부 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빌려준 대출의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책성 대출과 전세자금 등에 수요가 쏠린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이 직접 위험을 짊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몸집을 불린 보증대출이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에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대출에서 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평균 21.0%로, 사상 처음 20%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 기록인 17.5%보다 3.4%p 상승한 수치다.
이는 은행권 전체 대출에 비해 보증대출의 규모가 훨씬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보증대출 잔액은 227조51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5% 급증했다. 전체 대출이 1085조9310억원으로 16.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보증대출이 58조9264억원으로 35.3%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신한은행 역시 58조1961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6조158억원으로 각각 35.1%와 33.3%씩 관련 금액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보증대출도 54조3748억원으로 58.0%나 늘었다.
◆금융지원·전셋값 폭등 '나비효과'
은행권의 보증대출 확대 원인으로는 우선 정부의 금융정책 영향이 꼽힌다. 정부는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른바 코로나 대출 정책을 내놓고, 민간 은행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는 금융공공기관의 보증을 끼고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주의 신용을 정부가 나서 메꿔준 셈이다.
아울러 전셋값 폭등도 보증대출을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은행 전세대출이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을 끼고 이뤄지고 있어서다. 전세자금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된 현실이 보증대출을 둘러싼 압박을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서도 이처럼 외부 보증을 토대로 한 대출은 여신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향후 대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이 많아질 공산이 커진 만큼, 보증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행보다.
보증대출을 내준 은행 입장에서는 훗날 고객에게 불의의 변수가 생기더라도, 연계 기관의 변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보증대출은 담보·신용대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여신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보증대출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대출이라는 점에서 상환 능력 심사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추가적으로 확대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더불어 보증대출에서의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그에 따른 신용 위험이 보증기관들로 이전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된 후 대출 부실이 확산될 때 보증대출이 금융 리스크 전이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기관을 통한 지나친 보증대출 취급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저하시키고, 개인들의 신용관리 유인도 떨어뜨려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