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신용융자잔고 831억
지난해 말 다소 진정됐던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가 새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주가 하락폭이 컸던 크래프톤과 네이버, 카카오 등에 대한 빚투가 늘어난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23조5524억원을 기록했다. 전월(22조9972억원) 대비 5570억원(2.4%)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7일에는 23조8106억원까지 불어 지난해 11월 10일(23조8575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13일(25조6540억원)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19년 12월 말 9조2133억원에서 178.4% 증가한 금액이다.
그러나 작년 9월 하루 평균 25조3000억원이던 신용융자 잔고는 10월에 23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12월에는 22조원대까지 내려왔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빚투도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말 주식 양도세 부과를 위한 대주주 확정 등의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새해 들어 개인의 주식 거래가 연말보다 소폭 늘면서 빚투도 같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초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기조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종목들에 대한 빚투가 늘었다.
종목별로 보면 올해 들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종목 중 신용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은 지난 12일 현재 신용융자 잔고가 831억원으로 작년 말 545억원에서 286억원(52.5%) 늘었다. 이어 카카오(281억원), 네이버(261억원), 카카오뱅크(211억원)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낙폭이 컸던 대형주에 대한 베팅이 늘어난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의 경우 작년 말 227억원에 불과하던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 12일 461억원으로 103.5%(235억원) 증가했다.
빚투는 하락장일 때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연준의 긴축 우려와 배당락일부터 이어진 기관의 매도 행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이슈 등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도 빚투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이에 미수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8억원을 기록, 월간 기준으로 작년 8월(23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거래는 증거금만으로 주식을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결제일(2거래일) 안에 나머지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