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의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 허용…9년 만에 현실화
한투·미래·삼성증권 초대형 IB 경쟁 새 국면…초격차 벌리려는 움직임
발행어음 넘어 IMA까지…자금조달 판도 변화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첫 IMA 사업자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IMA 사업을 통해 초격차를 벌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 증권사들이 IMA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9년 간 유명무실했던 IMA 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국내 투자은행(IB) 육성을 목표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이 신청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16년에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발행어음(자기자본 4조원 이상) 및 IMA(자기자본 8조원 이상) 사업을 허용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뜻한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의 예탁금을 운용하면서 원금 보장 의무를 지는 계좌다. 기존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고객 자금을 주로 환매조건부채권(RP)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는 반면, IMA는 기업대출 및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IMA의 원금 보장은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증권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수탁액의 5% 이상을 손실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기자본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만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IMA를 활용한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기존 기업 신용공여(자기자본 200% 이내), 발행어음(자기자본 200% 이내) 등은 자금 조달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IMA는 별도의 한도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크다.
그러나 제도 도입 당시 IMA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가 없었고 이후 가이드라인도 부재해 9년간 실제 사업을 영위한 회사는 없었다. 현재 IMA의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지난해 연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9조원을 넘긴 미래에셋증권(9조9012억원)과 한국투자증권(9조3182억 원) 두곳뿐이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간 사업 진출을 미뤄왔다.
이중 발행어음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MA 사업에도 빠르게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90% 이상의 발행어음 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IMA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간 IMA 인가 신청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던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MA 진출 의지를 밝혔다.
삼성증권의 경우 작년 말 자기자본 6조9306억원으로 자본 확충을 통해 사업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발표된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IMA 사업 진출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IMA 제도 정비가 이뤄지면 이들 증권사들은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업계 실적 1위를 달성한 한국투자증권과 규모의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WM) 명가 삼성증권이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IMA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IMA를 통해 강점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인수 금융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부동산과 Pre IPO(상장 전 지분 투자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한도를 거의 소진한 상황인데 IMA는 신규 자금 조달 측면에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