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 굳어져…“적극적인 시도 어려워”
편의점 판매 비중 절대적…가격 인상 예민할 수 밖에
프리미엄 제품 개발, 기업 성장 막는 딜레마
그동안 수제맥주 시장 확대에 한 축을 담당했던 ‘4캔=1만원’ 마케팅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을 우선시 하는 사업 전략이 프리미엄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13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7년 430억원에서 2023년 3700억원 수준으로 9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제맥주가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에는 ‘4캔=1만원’의 가격 마케팅이 첫 손에 꼽힌다. 시장 초기에는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위한 맞불 작전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주세 정책이 기존 종가세(제조 단가에 매기는 세금)에서 종량세(생산량 기준)로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인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수제맥주의 최대 유통채널인 편의점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내놓은 이색 상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작년 곰‧양‧말 맥주로 연이어 히트를 친 CU의 경우 국산 맥주 카테고리 내 수제맥주 비중은 20% 후반대까지 급상승했다. 1년 전인 2020년 5%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5~6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면서 그간 시장을 견인해온 ‘4캔=1만원’ 마케팅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굳어지면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 등 한 단계 높은 시장으로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제값을 받고 판매해야 하지만 가격 정책이 굳어진 탓에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의미다.
수제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4캔에 1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강해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시장에 내놓았을 때 소비자들이 얼마나 호응을 해줄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통적인 주류업체와 비교해 유통채널 영업력이 약한 만큼 가격 인상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의 이 같은 고민은 수제맥주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소비자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 ‘4캔=1만원’ 정책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입맥주 1위인 하이네켄을 비롯해 주요 수입맥주는 지난달부터 이달 사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이 오르면서 기존 ‘4캔=1만원’에서 현재는 대부분 ‘4캔=1만1000원’으로 오른 상태다. 국산 맥주의 경우에도 오는 4월 주류세 인상으로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재 주요 수제맥주는 대부분 ‘4캔=1만원’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맥주 중에서는 업계 1위인 제주맥주가 2월부터 주요 제품 공급가를 10% 인상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제맥주의 경우 대부분이 편의점을 통해 판매되는 만큼 편의점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주요 수제맥주기업들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