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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결산-공연] 막 내린 ‘위드 코로나’…회복세 주춤할까


입력 2021.12.27 14:21 수정 2021.12.27 14:2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사라지는 소극장...매출 회복 고전

4000억 규모 뮤지컬 독립 장르화 실현 코앞

지독히 어려운 2년여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장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곳이 바로 공연계다. 뮤지컬, 오페라, 연극, 클래식, 무용 등 공연 분야는 코로나19 여파로 셧다운에 가까운 고통을 겪으면서도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이라고 수없이 되뇌었고, 반 토막에 가깝던 매출을 코로나 이전의 수준까지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하던 장르별 양극화가 오히려 더 심각해지면서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겨우 회복세 돌아섰는데…코로나19, 또 공연계 위협


공연계는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과 함께 모처럼 기지개를 키고 있었다. 지난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2년 만에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을 열고, 지난해 코로나19로 조기 폐막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다시 개막하는 등 연말을 앞두고 유명 내한 공연들이 잇따라 재개됐다. 내년 초 뮤지컬 ‘라이온 킹’도 인터내셔널 투어로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날 계획이다.


대형 뮤지컬과 클래식 내한 공연 재개 등 굵직한 공연들이 이어지면서 공연시장 매출도 크게 회복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달 매출액은 약 342억원으로, 10월 약 304억원보다 약 12.5%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 약 155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약 120%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겨우 회복세를 보였던 공연업계에도 또 다시 날벼락이 떨어졌다. 실제로 특별방역대책으로 항공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국이 지연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의 개막일이 연기됐다. 업계에선 12월과 내년 1월까지 대형 공연이 이어지면서 매출 상승세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대로라면 다시 일상회복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연계 내에서도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공연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일부 회차 취소 등의 사태도 이어졌다. 다만 공연계는 ‘공연장 내 추가 감염’을 막는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오면서 꾸준히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국립극단

◆ 실험 마친 공연계, 온라인 극장 본격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연계에서도 유료 공연 송출이 한창이다. 상황에 따라 공연이 취소와 연기가 반복됨에 따라 공연계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당초 무료가 주를 이뤘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료 공연을 타진하기 시작해 올해 본격적으로 올려지고 있다.


어려 장벽에도 불구하고, 공연계는 온라인 공연을 꾸준히 부딪친 결과 질적 향상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연을 있는 그대로 촬영해 송출하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첨단 카메라와 장비를 동원해 대면 공연과는 또 다른 온라인 공연만의 특성을 살려냈다. 이 과정을 통해 “온라인 공연을 누가 돈 내고 보냐”던 관객들의 인식 전환도 이끌어냈다.


올해 7월 신스웨이브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147개국의 관객 3만5000여명을 끌어 모았고, CJ ENM의 ‘어쩌면 해피엔딩’ ‘베르테르’ 등을 비롯해 그동안 제작된 인기 뮤지컬들이 유료 상영으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네이버TV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아르코 온라인 극장’을 운영하고 있고, 국립극단도 연극 영상 OTT 플랫폼인 ‘온라인 극장’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다만 “온라인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공연계의 생각은 여전하다. 최종적으로는 온라인이라는 창구로 벽을 낮추고, 오프라인 공연의 관객 저변 확대를 꾀하는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공연 영상화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연극협회

◆사라지는 소극장, 회복세 더딘 소극장 매출


올해 상반기 기준 공연계 매출은 1월 3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월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300석 미만의 소극장 매출액은 동기간 비슷하거나 더욱 악화됐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형편이 어렵던 소극장은 2년 여간 이어지는 코로나19 여파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12월 약 150석 규모로 문을 연 소극장 ‘나무와 물’은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마저 끊겼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결국 지난 4월 폐업을 선언했고, 공식적으로 5월 1일 폐관했다. ‘나무와 물’에 이어 서울 종로5가의 50석 극장 종로예술극장도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고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임대료 등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달 10일부로 소극장 문화를 꽃피우며 한국 현대 연극을 이끌었던 정동 세실 극장도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폐관 수순을 밟게 됐다.


◆“4000억 규모 뮤지컬 시장, 독립 장르화 실현 코앞”


지난 9일 연극의 하위 장르 정도로 인식되던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분리하여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 (김승수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뮤지컬 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인 만큼, 이를 반기는 목소리도 컸다. 관계자들은 향후 본회의 의결까지 순조롭게 완결돼 법안이 발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뮤지컬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전체 공연계의 60% 이상을 지탱하는 주요 문화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급속 성장과 동시에 형성된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를 출범했다. 이들은 △공연제작 지원정책 마련 △네트워크 및 시스템 구축 △뮤지컬 개발 및 교육사업 △투자 유치 및 지원사업 △행사 및 어워즈 개최 △소외계층 공연 관람 기회 제공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협회는 정상적인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럼 및 공청회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제안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연법 개정안’은 이 같은 뮤지컬 업계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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