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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결산-금융②] 글로벌 금융사 '脫코리아' 러시…"규제 땜에 떠난다"


입력 2021.12.21 07:00 수정 2021.12.21 10:56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씨티銀·라이나, 한국시장 철수 결정

금소법 등 당국규제에 시장 매력도↓

"제도적시각 변화 자율성 보장 필수"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 및 당기순이익 변동 추이 ⓒ데일리안

올해에도 글로벌 금융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떠났다. 씨티그룹은 4월 소비자금융 부문 폐지를, 시그나그룹은 10월 한국시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신사업 진출에 제한이 걸리자, 국내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글로벌 기업의 탈(脫)코리아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시장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당국이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 공정한 경쟁이 확보된 시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미국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 사업전략 재편 등 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처음에 고용승계를 위해 소비자금융 부문을 다른 은행에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적절한 매각 대상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지난 10월 소비자금융의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두 번째 '코리아 엑소더스' 진통은 보험업계에서 나왔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10월 8일 라이나생명을 처브그룹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새로운 수익 창출구로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던 만큼 시그나그룹에 대한 라이나생명 임직원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 이탈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3년 영국 HSBC는 국내 소매금융부문을 폐지했다. 또 ▲2014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 SC캐피탈 매각 ▲2016년 영국 바클레이스, 한국 지점 폐쇄 ▲2020년 미국 푸르덴셜,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 등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다수 글로벌 금융사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꼽힌다. 정부가 근로·투자 부문에서 강력한 규제 칼날을 들이밀어 발생한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사의 탈코리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소재 외국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해 열린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규제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의 투자 매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사 국내 시장 이탈 일지 ⓒ데일리안

지금도 글로벌 금융사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구조조정 1순위 지역으로 한국으로 꼽고 있다. 국내 정부와 당국이 금융사의 역할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공재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속 강조되고 있는 금융 공공성과 함께 높아지는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로 인해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금융소비자보호법, 파생상품시장 규제 등을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 되는 정책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이 해외금융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을 통한 제도적 장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치금융의 틀을 벗고 제도적인 시각을 글로벌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규제 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회사가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금융을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규제에 신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글로벌 금융사가 이탈하면 투자자금이 함께 빠져나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고용불안정 등 부작용이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사가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여길 수 있는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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