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금메달 양학선 롤모델 삼고 도쿄올림픽 금 쾌거
'양학선 키드' 자처하며 선배의 모든 것 따르면서 금 획득
음주 폭행 혐의로 금 가치 훼손..실망한 팬들과 후배들에게도 빚
“모든 것을 닮고 싶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 신재환(23·제천시청)에게 ‘도마의 신’ 양학선(29·수원시청)은 그야말로 신이었다.
양학선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1’ 기술로 금메달 쾌거를 이루는 장면을 본 신재환은 그를 롤모델로 가슴에 새겼다. 런던올림픽을 보며 금메달의 꿈을 꾼 신재환은 “내가 바로 ‘양학선 키드’”라고 했다. 양학선은 신재환에게 최고의 선배이자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이 됐다. 양학선의 기술이나 실력은 물론 일거수일투족을 다 따라하고 닮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9년 전의 양학선처럼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난도 6.0점짜리 ‘요네쿠라’ 기술과 5.6점짜리 ‘여2’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꿈에서만 그려봤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운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일상생활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사 경고에도 허리에 철심을 박고 도마 훈련에 매달렸다. 한때 걷기조차 어려운 때도 있었다. 지금도 허리를 잘 접지 못할 정도다. 링, 안마, 평행봉 등 허리 접는 동작이 많은 종목을 포기하고 도마 훈련에 매달린 이유다.
그런 역경을 딛고 집념 하나로 긴 터널을 지나 금메달을 목에 건 그의 모습은 ‘불굴의 아이콘’ ‘노력하는 천재’라는 수식을 이끌어내며 국민들에게는 감동을, 후배들에게는 큰 귀감이 됐다.
그랬던 신재환이라 충격과 실망은 더 컸다.
신재환은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5일 오전 1시경 대전 유성구에서 술을 마신 채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탄 뒤 말다툼을 벌이다 조수석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에 취한 상태로 일단 귀가 조치, 폭행 혐의 적용 여부 등은 추후 조사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떠나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에 실망한 팬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놀란 팬들이 더 많다.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입은 가정을 먼저 떠올리면서 “(금메달 포상금으로)빚부터 갚겠다”는 건강한 청년 금메달리스트가 저지른 행동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재환은 금메달 획득 직후 “엄마 아빠에게 마음의 빚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신재환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감동했던 팬들과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일거수일투족을 닮으려 했던 후배들에게도 큰 빚을 지게 됐다.
그날에 대한 해명과 진심어린 사죄를 발판으로 다시 출발해야 하는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 신재환의 책임과 의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