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연평균 19% 올려야"
실손의료보험에서 향후 10년 동안 11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해 보험업 전체 건전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전체 실손보험 재정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2031년까지 보험료를 연평균 19.3% 인상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5일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실손보험 재정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2020년간 평균 보험금 증가율과 보험료(위험보험료) 증가율이 유지될 경우 내년부터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액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실손보험의 출시 시기(1∼4세대)에 따라 최근 4년간 보험료 인상률은 다르지만, 연평균 기준으로는 13.4%로 집계됐다. 보험금은 그보다 더 빠른 연평균 16.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추세가 향후 10년간 유지되면, 내년에는 위험보험료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3조9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부족한 보험료는 2023년 4조8000억원, 2025년 7조3000억원, 2027년 10조7000억원 등 지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10년 후 2031년에는 한 해 적자가 22조9000억원까지 급증해 총 10년간 적자 합계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산출 결과에 따른 2031년 위험손해율은 166.4%로 전망된다. 위험보험료 1만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만6640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실손보험 시장 점유율이 85.3%인 손해보험업계 상황은 심각하다. 내년 손보업계의 연간 적자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3년 뒤인 2025년에는 6조2000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31년 기준 적자는 19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결과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다른 일반 보험 자동차보험, 개인연금 등에서 이익이 2018∼2020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손보업계는 2025년부터 업계 전체적으로 당기순손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보험의 모든 이익을 합해도 실손보험의 적자를 메우기에 부족하다는 의미다.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손해보험을 합쳐 전체 실손보험 재정이 2031년까지 손익분기점인위험손해율 1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보험료를 연평균 19.3%씩 꾸준히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각 보험사는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고객에게 20% 내외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갱신 안내문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실제 인상률은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작년에도 각 보험사는 비슷한 수준으로 안내문을 발송했다. 실제 올해 인상률은 실손보험 종류에 따라 6.8∼23.9%로 적용됐다. 단, 출시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新)실손은 동결됐다.
보험업계는 현재의 심각한 경영위기가 계속되면 실손보험이 아닌 다른 보험 계약자에게 비용 부담이 실질적으로 전가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보험사가 파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997∼2001년에 일본에서는 고이율 저축성보험의 손실로 7개 보험회사가 연쇄 파산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