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 아닌 일방형 소통·기술력 관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메타버스가 대세로 떠오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스며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가상 세계를 활용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문법을 살리되 가상 세계라는 또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의도다.
메타버스를 발빠르게 차용하고 있는 IT업계와 달리 현재까지 방송사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수준은 가상세계를 엿보는 정도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소통 창구로 이용하거나 출연자들이 가상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티빙의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는 버추얼 메타버스 추리서바이벌을 표방하는 티빙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다. 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방송영상콘텐츠로 선정돼 지원 받았다.
6명의 스타들이 가상세계에서 정체를 감추고 새로운 얼굴의 가상 인물이 돼, 매력을 어필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정체를 맞춰가는 규칙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들은 가상세계에서 부여받은 새 인물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치기도 하고,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다.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는 혁신적인 소재인 듯 보이지만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페이스에디팅으로 얼굴을 바꾼 채 등장해 서로의 정체를 밝히는 소재는 MBC '복면가왕'과 '마피아 게임'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메타버스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고 페이스에디팅 기술은 플레이어들의 주문에 맞게 정교하게 만들어 실제 인물처럼 구현했다. 현재 엠쌉은 박명수, 이온은 최예나, 차훈은 이진호, 민휘빈은 카더가든으로 밝혀졌고, 선우연, 데블카우의 정체는 가려져 있다.
넷플릭스도 가상 세계를 점목한 예능 '신세계로부터'를 20일 내놓는다. ‘신세계로부터’는 누구나 꿈꾸는 세계, 유토피아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과 생존 미션, 대결, 반전 등을 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신개념 가상 시뮬레이션 예능이다.
이들이 미션을 펼 칠 이름은 신세계, 말하는대로 출연자 이승기, 은지원, 김희철, 조보아, 박나래, 카이는 신세계로부터 집 한채씩 제공 받고 6일 동안 공동 생활을 한다는 공통된 전제조건을 갖고 시작한다.
뉴토피아1.0이라는 단말기를 사용해 인터넷 뱅킹, 상점 걸제가 가능하며 화폐 단위는 냥이다.출연자들은 자금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미션과 기회를 통해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는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장항준의 견적왕'에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견적왕'은 모든 사람이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각 고민의 견적을 내주는 포맷으로 가성비 없이 못 사는 요즘 세대를 겨냥한다. 견적왕은 장항준이 VR 기계를 통해 아바타를 지정하고 가상세계에서 고민자를 만나 상담을 시작한다.
고민에 따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쉽지 않지만, 메타버스가 좋은 창구가 됐다. 서로가 아바타로 만나 고민자의 익명성과 함께 비대면이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솔직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유입과 이목을 끌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송가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가상 세계에서 부캐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문화, 창작, 생산 활동을 한다는 장점이 방송에 옮겨지며 쌍방형 소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방송이 메타버스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지금처럼 메타버스 세계관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메타버스 기술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지만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상 세계의 구현 기술력 역시 메타버스 예능의 중요한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