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제 할일을 잊는 법이 없다"
2019년 기준, 성인의 1년 독서량은 6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2달에 겨우 1권을 읽는 셈입니다. 이에 스타들이 직접 북큐레이터가 되어 책을 추천하고, 대중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나섭니다. 큐레이션 서점을 보면, 보통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타의 책’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큐레이션 속에 묻어나는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오늘의 큐레이터 세븐틴 원우
◆오늘의 책 ‘종의 기원’ | 정유정 | 은행나무
◆‘종의 기원’은
작품 안에서 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했던 정유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 이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둠을 포착하고 거침없이 묘사해 나간다. 어린 시절부터 학습돼 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철저하게 깨나감으로써 비로소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를 완성시켰다.
◆왜 ‘종의 기원’을 추천하냐면
“평소 추리나 미스터리물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종의 기원’은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장르가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라 독자분들의 독서 취향에 따라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종의 기원’을 통해 악이라는 소재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그들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오늘의 밑줄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p.139)
“책 속의 내용과 별개로, 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여러 경험을 하며 느낀 부분이 있다면 책 속의 이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내가 선택해서 만들어갈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그것마저 운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다가왔을 때 강한 자극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강한 자극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책 속의 주인공이 선택한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운명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결국 오게 될 일도, 결국 벌어질 일도 좋은 일들뿐일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지만, 그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원우의 한줄 평
“새로운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점이 신선했고, 작가가 의도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게끔 몰입감 있게 표현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