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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유럽 순방, 경제·기후·평화 3대 외교 성과…과제도 수두룩


입력 2021.11.06 06:02 수정 2021.11.07 06:5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7박 9일간 교황 면담·G20·COP26·V4 정상회의 등 일정 소화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청와대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간의 유럽순방을 마치고 5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영국-헝가리를 차례로 방문한 이번 순방에서 경제·기후·평화 등 3대 외교에 집중해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선진국 입지를 다졌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탄소중립 추진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반발, '원전 수출' 논란 등을 잠재워야 하는 건 과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키워드는 경제 외교, 기후 외교, 평화 외교 등 '3대 외교'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한-비세그라드(V4·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정상회의 등 공식 일정만 33개를 소화하며 숨 가쁜 외교 행보를 펼쳤다.


탄소중립 의지 국제사회에 첫 공표…선진국 입지 다져


문 대통령은 한국의 탄소중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첫 공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 이슈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선진국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도전적'인 수치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스스로 "과감한 목표이며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하고, 선진국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이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대응 등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인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SNS에 "이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 같은 의지는 G20 정상회의의 화두 중 하나였던 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도 부각됐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제조 허브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백신이 부족한 국가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G20, COP26 정상회의에서는 경제 회복, 코로나 및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에 리더십을 발휘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여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 의지를 결집하는 데 기여하고, 국제 선도국가로서 우리의 강화된 위상을 재확인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국빈방문에서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V4 그룹과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양측은 에너지, 인프라,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수소경제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4일 귀국길에 오르며 SNS에 게재한 글에서 "이번 한-V4 정상회의를 통해 과학기술, 에너지, 인프라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고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부유럽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신 유라시아 루트'가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해 "이제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국제 질서를 만들어 내는 나라가 됐다"며 "미국 주도의 공급망 회의나 별도의 기후변화 프로그램 회의에 참석한 것 등은 경제적 위상과 우리 국가의 위상 등이 작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방북 의사 재확인…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불씨 살아나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 의사를 재확인한 것도 이번 순방의 성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순방 첫 일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제안했고, 프란치스콬 교황도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지만,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재차 알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다자 및 양자외교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고, 지지를 끌어냈다. V4 그룹과의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이 담긴 공동성명도 채택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굳건한 지지도 확인했다"면서 "높아진 국격만큼 국민의 삶의 질도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월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탄소중립 현실성 우려 불식 과제…한일관계 개선도 숙제


문 대통령 앞에는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실적인 제약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NDC 상향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우려가 많다. 당장 산업계에서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목표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원전 세일즈'에 나선 건 모순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아르데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이 한·헝가리 정상회의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한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청와대는 "국내 원전의 기술과 인력을 유지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원전·산업계 기술이나 인력을 유지한다는 차원 등을 다 고려해서 서로 '윈-윈'하는 협력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며 "폴란드와 체코는 실제로 원전을 원하고 있고, 우리는 기술과 경험이 있어 그러한 분야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된다.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존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순방 기간 기대를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향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숙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모두 COP26에 참석했지만, 일정과 동선이 맞지 않으면서 두 정상은 만나지 못했다. 청와대는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수석은 "(두 정상이) 언젠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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