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필환경' 트렌드, 방송가도 환경예능 봇물
"예능 속 스타들의 작은 실천, 시청자들 직·간접 영향"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가운데, ‘필(必)환경’ 트렌드는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ESG 경영에 뛰어들었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활동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탄소제로(중립)’ 등 캠페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며,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응답도 68.8%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가격과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71.0%를 기록했다.
이는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넘어 소비 행동의 변화까지, MZ세대가 환경을 위한 행동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환경보호 행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다. MZ세대들의 44.2%가 ‘환경 관련 콘텐츠·정보 찾아보고 공부하기’, 22.3%가 ‘환경 관련 인플루언서 팔로우 및 구독’ 등을 꼽았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방송가에서도 환경문제에 주목한 예능프로그램들을 다수 내보내고 있다. 1999년에 방송을 시작했다가 올해 8년 만에 부활한 ‘환경스페셜’과 같은 다큐멘터리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환경 감시에 주목했다면, 예능프로그램에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KBS2 ‘오늘부터 무해하게’(이하 ‘오늘 무해’)는 배우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에너지 자립섬 죽도에서 일주일 동안 펼치는 ‘탄소제로 생활 도전기’를 그린다. 방송은 ‘탄소 배출 없는 캠핑’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자연에서 흔적 없이 머물기 위한 최소한의 짐 싸기 방법부터 친환경 조리법, 업사이클링 등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이 공유된다. 특히 이들이 절약을 실천한 만큼, 추후 산불피해를 입은 장소에 나무가 심어진다는 최종미션까지 더해지면서 의미를 높였다.
특히 그간 환경 보호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배우 공효진이 프로그램의 공동 기획자로 참여했다. 10여년 전 환경에 대한 책 ‘공책(공효진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던 그는 “책을 낸 뒤 내가 얼마나 바뀌었나 생각했지만, 별로 바뀐 게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환경이 이러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면, 저의 해이해졌던 일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의도를 밝혔다.
김병만은 국립생태원이 손잡고 10월 말 방송을 예고한 SBS 파일럿 ‘공생의 법칙’으로 야생 생태 교란종 퇴치에 나선다. 현재 우리 주위에서 한국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교란종 35종에 대한 정보 전달과 교란종과 관련된 실험 등이 다큐멘터리 예능 포맷으로 담긴다.
이밖에도 KBS ‘1박 2일’은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 프로젝트를, tvN ‘윤스테이’는 고체형 샴푸, 씹는 고체 치약 등 친환경 어메니티를 준비하는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적 소재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 예능의 형태는 TV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E 네트웍스 코리아의 히스토리 채널은 무공해 자전거 로드 버라이어티 웹 예능 ‘위 사이클’을 11월 19일에 공개한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지향하며 하루에 살 수 있는 일회용품을 제한하는 ‘리사이클’ 미션 등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또 그룹 이달의소녀 멤버 츄는 CJ ENM 다이아 티비와 공동 제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지구를 지켜츄’로 일회용품 없는 하루 살기, 엘리베이터 없는 하루 살기 등 친환경 라이프 실천에 도전하는 콘텐츠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반영돼 예능 프로그램 제작으로, 또 이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이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을 보여주고, 그 실천이 시청자(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청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모습을 보고 환경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이 된 만큼 친환경 아이템이나 콘텐츠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