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손해보험의 콜센터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집단감염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9일 서울 정동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에이스손보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실태 조사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스손보 코로나19 집단감염 실태조사단이 진행한 노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5명 중 28.4%인 27명이 PTSD로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한 인원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감염이 있었던 집단에서 PTSD 양상이 더 높았지만 음성 판정자에게서도 높은 PTSD 수준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의 PTSD는 소방관과 철도·지하철 기관사와 같은 고위험 직종 노동자의 유병율보다 높게 나왔다. 소방관에서 확인된 PTSD 유병율은 15.1%로,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의 해당 수치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국내 철도·지하철 기관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5.1%가 PTSD로 진단을 받았는데, 이와 비교하면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의 해당 수치는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확진자들은 현재까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증상에 관한 복수응답이 가능한 설문에 대해 ▲피로감 31명(57.4%) ▲기억력 감퇴 21명(39.0%) ▲탈모 21명(39.0%) ▲집중력 저하 19명(35.2%) ▲운동 시 숨참 16명(29.6%) ▲우울감 15명(27.8%) ▲불안 10명(18.5%) 등의 응답이 나왔다. 기타 증상으로는 후각 저하, 미각 저하가 각 2명, 관절통, 근육통, 손발톱 부서짐, 분노 등이 보고됐으며 무증상은 5명(9.3%)이었다.
집단감염이 있기 전 마스크 제공 여부에 관해서 응답자 중 24명(26.7%)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22명(24.4%)은 2일에 1개 정도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집단감염 이전에는 체온계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는 응답은 61명(67.0%)이었고,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는 응답도 34명(37.4%)으로 나타났다.
음성 판정자 41명 중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자가 격리를 할 때 집에서 업무를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3명(84.6%)이었다. 업무 복귀 후 정상화 시기까지 시간 외 노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6명(42.1%)이었고, 이 중 8명(50%)이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단 관계자는 "감염으로부터 치료가 종결된 상태임에도 현재까지 우울, 호흡곤란, 집중력감소, 탈모 등의 증상이 절반에 가까운 이들에게 남아 있어 지금이라도 심리적 지원을 비롯한 건강관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적정인력 확보, 연차 사용에 대한 보장, 유급병가 등의 제도적 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