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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기업대출 50兆 돌파…'두 번째 풍선효과' 우려


입력 2021.09.02 06:00 수정 2021.09.01 11:2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업여신 잔액 1년 새 24% 급증

연체율·이자부담·양극화 우려↑

"가계 영업 종료, 기업 경쟁 확산"

저축은행업계 기업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면서 부실률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돈이 50조원을 넘기면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당국 규제로 확대하기 어려운 가계대출 대신 기업을 새로운 수익창구로 선정해 공급을 확대하면서 두 번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이자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다 대출만기 유예조치가 연장되는 등 건전성이 악화될 조건이 갖춰진 만큼 기업대출이 새로운 부실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은 6월 51조83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조3394억원 대비 24.5%(10조4991억원) 급증한 규모이자 역대 최대치다. 특히 전월 잔액인 49조7208억원에 비해 한 달 만에 4.3%(2조1177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이 기업 대상 대출영업을 확대하는 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옥죄고 있어서다. 연초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올해 가계부채 증가폭을 전년 대비 21%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비교적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고객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저축은행업계를 본격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의 엄포에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던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소강상태다. 지난해 6월 27조7646억원이던 저축은행 가계대출금은 매달 1조원 이상씩 늘어나며 올 5월 35조900억원까지 치솟아 사상 처음 35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5월 이후 시작된 금융당국 규제 여파로 6월 가계부채 잔액은 35조9984억원으로 한 달 새 2.6%(908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데일리안

문제는 기업대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4.3%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9% 대비 0.4%p 오른 수치다. 법인대출 연체율이 3.7%에서 4.2%로 0.5%p 상승했고,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4.3%에서 4.6%로 0.3%p 올랐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연장한 것도 부담이다. 1년 넘게 이자를 받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연체율 확인이 어려운 만큼 아직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잠재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대출이 일부 대형저축은행에 쏠려 있단 점이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심사체계, 영업방식 등이 전혀 달라 단기간 내에 관련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중·소형저축은행들이 기업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대형사들이 파이를 확대할 경우 시장점유율에서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까지 총량에 포함시킨 대출 압박정책이 나오면서 이미 올해 가계여신 영업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충당금을 쌓아가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기업여신을 취급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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