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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헌신의 도시락’ 패럴림픽도 잘 부탁드립니다!


입력 2021.08.23 22:02 수정 2021.08.23 22:10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한체육회 급식지원센터가 도쿄올림픽 기간 선수들에게 전달한 점심 도시락. ⓒ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124년 올림픽 역사상 첫 ‘연기’로 기록된 최초의 올림픽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마저도 불안과 공포, 우려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도쿄올림픽 선수촌 외벽에 걸어놓은 현수막 응원은 우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신에게는 아직 오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 “범 내려온다!”와 같은 문구는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그 문구를 보고 읽었을 뿐인데 뱃속 깊은 어딘가에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솟구쳐 오르는 듯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느낄 수밖에 없는 묘한 감정입니다.


여기에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전파의 우려 속에 나날이 늘어만 가는 일본 내 신규 확진자수. 골판지 침대, 낮은 천장, 불안한 방역 등 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죠.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 없는 올림픽. 마음 같아서는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싶었지만, 올림픽 무대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을 생각하자니 그럴 수 없는 노릇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대표선수들은 모든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멋지고 훌륭하게 대회 일정을 마쳤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이 참 많았지요. 그중에서도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오른 우상혁(25) 선수는 마지막 239cm를 넘지 못했지만 ,밝은 표정으로 “괜찮아!!”라고 말했죠. 그리고 응원해준 관중에게 국군체육부대 소속 선수답게 거수경례로 예의를 갖췄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준 순간입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를 보며 참 행복했고, 대견했습니다.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서 보고 싶었던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여자 탁구 신유빈(17·대한항공)의 신선한 바람도 좋았습니다. 신유빈이 지난 13일 대한항공 조원태 대표이사와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올 테니 비행기를 사달라"고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거침없고 당당한 모습에 웃음을 머금게 됐습니다. 배구 선수 경험이 없는 라바라니 감독과 김연경 주장이 이끈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4강 진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듯 올림픽 무대의 주역은 선수 맞습니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노력한 숨은 공신들이 있습니다. 감독, 코치, 트레이너, 각종 지원 담당자들, 그들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들은 아닙니다. 시상대에도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였죠. 자신의 도움과 헌신이 밑거름이 되어 좋은 결과에 보탬이 되는 것. 그런 마음으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불안했던 점은 단연 코로나19. 거기에 더해 선수들의 먹을거리였습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식당은 일본 46개 광역단체에서 공급받는 식재료들로 음식을 제공했고, 음식에 별도의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혀 세계 각국 선수들을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 후쿠시마산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덮기 위한 홍보 기회로 삼으려했던 일본 정부의 계획 아래서 말이죠.


이런 불안과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 대한체육회 급식지원센터. 올림픽 선수촌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하루 세 번(오전 6:30, 10:30, 오후 4:30) 선수촌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했습니다. 급식센터는 16명의 조리사를 포함해 총 24명의 인력으로 운영되었으며 방사능 측정기까지 활용해 선수들이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진을 피하고자 대회 기간 내내 외출하지 않고 오로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내 가족에게 차려주는 음식보다 더 정성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맛있게 잘 먹어야 할텐데’, ‘먹고 탈이 나면 안 되는데’ ‘경기력에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등 얼마나 많은 걱정을 안고 도시락을 만들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그들이 만든 도시락은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락이 아니었을 겁니다. 내가 만든 도시락이 메달 색깔을 결정짓는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준비했을 겁니다. 제 마음 속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급식지원센터 여러분입니다.


이제 곧 도쿄 패럴림픽(8.24~9.5)이 펼쳐집니다. 이전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많이 늘었기에 더욱 더 불안요소들이 많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더 많습니다. 이번에도 멋지게 해내리라 믿습니다.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챙겨주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급식지원센터 여러분이 계시니 말입니다. 매일 다른 밥과 반찬, 다양한 먹을거리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허기를 달래주며, 든든한 힘의 원천이 되어줄 그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먹고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잘해낼 것입니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선수들 뒤에서 헌신하는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자신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해 꼭 응원하겠습니다.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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