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생보사 중 유일한 5%대 이익률 기록
채권매각, 외화증권↑ 등 자산 다변화 영향
"투자·영업이익 증가 따른 배당금 확대 기대↑"
푸르덴셜생명이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5%대 자산운용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위험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효율적인 경영을 펼친 결과다. 보험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뛰어난 자산운용능력이 KB금융그룹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9%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 대비 1.3%p 상승한 규모다. 전체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산운용수익률이다.
매도가능증권 시장 가치 변동성을 반영해 일반적인 운용자산이익률에 변수를 더 고려해 산출하는 조정운용자산이익률도 푸르덴셜생명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3월 말 기준 푸르덴셜의 조정운용자산이익률은 5.2%를 기록했다. 1년 전 3.8% 대비 1.4%p 개선된 규모이자,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보유한 돈을 투자해 얻은 이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사는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주식, 채권, 대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익을 시현한다. 운용자산이익률이 높다는 건 해당 보험사가 그만큼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는 의미다.
푸르덴셜생명의 이익률 상승이 돋보이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생보사들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24개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0%로 집계됐다. 사상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이익률이 3.6%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새 0.6%p나 낮아진 것이다.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채권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진출한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익을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
생보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홀로 5%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푸르덴셜의 자산운용 비결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푸르덴셜생명은 우선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미국푸르덴셜 본사 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1490억원의 투자영업이익을 얻었다. 이어 2019년 말 5857억원에 불과하던 외화유가증권 규모를 8108억원으로 38.4%(2251억원) 늘린 부분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푸르덴셜생명의 성장에 모회사 KB금융그룹은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높은 경영효율성이 당기순이익의 성장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푸르덴셜생명은 1121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446억원 대비 151.3%(675억원) 급증한 규모다. 순이익 성장을 배경으로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43.9%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하면서 KB금융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푸르덴셜이 성장세를 지속한다면 KB금융의 이익도 함께 상승하는 셈이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푸르덴셜생명은 올 1분기 19.57%에 달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인 KB증권(17.55%)과 KB손해보험(7.14%)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어 3월까지 푸르덴셜생명이 판매한 일반계정 신계약 규모도 1조160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투자운용과 영업활동 측면에서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권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이 제로금리로 이익 시현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분산 투자를 통해 이익률 방어에 성공했다"며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KB생명과 화학적 결합을 잘 마무리한다면 알짜 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