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1군 경기 중계방송 할 때는 잘 몰랐습니다. 평상시 늘 하던 중계였고, 앞으로도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꾸준하게 중계방송 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죠.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2018년과 2020년, 그리고 올해까지 1군 경기 중계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해와 올해 퓨처스리그 중계를 하면서 또 다른 경험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야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간간이 2군 경기도 지켜봤고, 2군의 상황이나 경기장 분위기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막상 퓨처스리그 중계방송을 직접 하고 있는 지금만큼은 알 수가 없었지요. 경험을 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허점이 많은 캐스터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1군 경기를 중계할 수 있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었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구나’라고. 이 세상에 당연한 일은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과 함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니 제 자신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2군 경기를 중계방송 하다 보니 코로나19가 진짜로 밉더군요. 정상적인 분위기였더라도 한낮 뙤약볕에서의 경기는 참 어렵고 힘듭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텅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이나 중계방송을 하는 중계진이나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더군요.
마치 떠들면 안 되는 조용한 도서관에서의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그런데 샤우팅을 하면 야구장 전체에 울리는 저의 목소리. 그것 참!!! 난감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라면 관중들의 터져 나갈 것 같은 응원과 함성,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함께 어우러져 마치 뜨거운 용광로와 같은 분위기여야 맛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 시즌 프로야구 10개 팀은 코로나19로 인해 구단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개막 이후 지난 10일까지 열린 269경기 누적관중은 59만2309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2019년 270경기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누적관중 302만1679명으로 약 5분의1 수준이었습니다.
관중수가 줄었으니 관중수입의 감소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2019년 270경기까지 수입은 371억277만6813원이었습니다. 올해 지난 10일까지의 수입은 89억1833만8720원으로 약 300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힘겹고 어렵게 시즌이 진행되는 와중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 지난주 전해졌죠. 바로 프로야구 관중확대 소식.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지역(서울, 인천, 경기,대구)의 경우 10%에서 30%로, 실내구장 고척 스카이돔은 20%로 상향조정 되었습니다. 또 다른 거리두기 1.5단계 지역인 광주, 부산, 경남, 대전의 경우 30%에서 50%로 확대되었습니다.
그간 구단의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무관중 속에서 경기를 하는 감독, 코치, 선수는 얼마나 맥이 풀렸을까요. 야구장내에서 각종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야구를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는 팬들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는 암담함 속에서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프로 스포츠니까 당연히 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있어야죠. 그들 모두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벌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리그 발전과 야구 산업 발전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당장의 이익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기다림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퓨처스리그가 그렇습니다. 물론 이미 각 구단이 1군의 정상적인 운영과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함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번 1군 경기 관중확대에 발맞춰 퓨처스리그의 관중입장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부분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당장 2군 경기에 팬들이 입장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향후 퓨처스리그 관중운영 계획이라도 포함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런 말을 들을 수 없으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2군 대부분의 경기가 1군 경기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나 오전 11시에 시작하기에 입장이 가능했던 2019년에도 경기장에는 많아야 20~30명 정도 관중이 있었습니다.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야구에 진심인 분들, 1군 경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2군 경기장에서만의 문화와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함께하는 분들이 분명히 계십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착실하게 성장해 당당히 1군 경기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하나.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관중의 격려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두들 잘 아시잖아요. 버티기 쉽지 않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위해 땀 흘리고, 인내하는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 아닐까요.
처음부터 1군 선수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대부분의 선수들이 2군에서의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선수가 오르는 곳 프로야구 1군입니다. 경기장에 팬들이 있든 없든 그 힘겨운 시간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는 합니다만.
2군 경기장을 찾는 대부분의 팬들에게 “기량도 아직 부족하고 경기장 분위기도 그리 뜨겁지 않은데 2군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뭐죠”라는 질문을 던지면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아들 키우는 기분이 들어서요. 아마추어 선수 티를 벗지 못한 선수가 프로무대에 들어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모습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보람인줄 아세요? 그 시간을 이겨내고 1군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로 내가 키워낸 기분이 들어요. 정말 기분 최고예요!!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 선수들은 마치가족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아니 진짜 끈끈한 가족이 됩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사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리그이기에 굳이 코로나 전염의 위험을 안고 관중 입장을 강행해야 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또한 2군 경기장에는 무언가를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1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2군에도 시선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 프로야구의 미래가 온전히 그들의 어깨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닐 모습을 꿈꾸고 있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2군 선수들은 뛰고 또 뜁니다. 팬들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격려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이 지켜봐주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관심을 바라고 있습니다.
KBO 퓨처스리그 선수 모두는 야구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죠.
글/임용수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