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올리고,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유력
금리 1%p 오르면 가계 이자 12조원 육박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공식화했다. 현 0.5% 수준의 기준금리를 3분기부터 0.25%p 정도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증과 가계부채 누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까지 심화되며 더는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리 인상 시기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금리인상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임은 확실하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을 최소화하고, 실물경기 회복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잘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못박으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회복세와 물가상황, 금융불균형, 코로나19 진행 상황이라는 전제를 달았으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급증하는 가계부채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문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 가계 대출 이자는 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 역시 이자부담이 5조원 이상 증가한다. 코로나에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이나 MZ세대 등이 직격탄을 받을 전망이다.
◆ 이르면 10월 인상...연내 2번도 거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연내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분명히 한 것은 물가 상황이 목표치인 2%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융불균형과 가계부채가 누적된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7월과 8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고, 10월이나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수준에서 첫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내년 1분기에 추가로 0.25%p 더 올린다는 예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경우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특히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면, 연내 2회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월 정도 금통위 소수의견이 나온 뒤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10월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이 1~2명 더 나온 뒤 11월 재차 인상할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한은이 경제성자률 전망치를 4%에서 더 상향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다는 시나리오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는 한번만 올리고 끝내는 경우는 드물다. 한 차례 인상 후 멀지않은 시점에 추가적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총재의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발언 역시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금리 0.25% 오르면 얼마나 오를까?
한은이 금리인상의 칼을 뽑아들면서 대출 이자 증가폭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관건은 지난 1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제주체들의 부채 누적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1765조원으로 같은기간 9.5% 불어났다. 가계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71.5%로 1년 전보다 11.4%p 증가했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전에 비해 0.4% 늘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만 급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는 12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이 늘어난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1분위 5000억원 ▲2분위 1조1000억원 ▲3분위 2조원 ▲4분위 3조원 ▲ 5분위 5조2000억원이다. 5분위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같은 추산 방식은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총 잔액(1630조2000억원)을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파악된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1분위 3.9% ▲2분위 9.4% ▲3분위 17% ▲ 4분위 25.6% ▲5분위 44.1%)에 따라 나눈 것에 근거한 것이다. 여기에 변동금리 대출 비율 72.2%을 적용하고, 금리인상 폭 1%p(0.01)을 곱해 추정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고정금리는 별 차이가 없으나 변동금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25%p 오를때 전체 가계의 이자 증가액은 2조9000억원으로 분석됐다. 각 소득분위의 이자는 ▲1분위 1000억원 ▲ 2분위 3000억원 ▲3분위 5000억원 ▲4분위 8000억원 ▲5분위 1조3000억원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더 내야 할 이자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잔액 대신 올해 1분기 가계대출잔액(1765조)을 위 공식에 단순 적용하면 금리가 0.25%p 오를때 전체 가계 이자 증액은 3조1859억원까지 늘어난다.
또 한은은 대출금리가 1%p 뛰면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5조2000억원 커질 것으로 계산했다.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추산한 3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 777조4000억원에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 비중(60%대 초반), 비은행권 대출 변동금리 비중 추정치(70%대 초반)을 곱했다. 다시 여기에 금리 상승폭 1%p(0.01)을 곱한 결과이다. 역시 3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 대신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잔액(831조8000억원)을 적용하면 이자 부담액은 훨씬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수신 금리가 올라간 후 대출 금리도 조정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개인 등 각 주체가 연착륙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