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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쌍용차 노조, 자구안 가결로 생존 의지 증명해야


입력 2021.06.07 10:54 수정 2021.06.07 12:2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부결시 법원 주도 인력 구조조정, 청산 내몰릴 수도

일터, 동료 지키기 위해서는 고통분담 감수 불가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5월 20일 쌍용차 전직원의 결연한 의지와 지원을 호소하는탄원서를 국회에 전달하기에 앞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달 17일 평택에서 출정식을 열고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도보행진’을 시작해 국회에 도착했다. ⓒ쌍용자동차

다른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더 받아내겠다며 ‘투쟁’을 외칠 때, 회사의 회생에 힘을 보태겠다며 자신들의 일터에서 국회의사당까지 80km 남짓한 거리를 두 발로 걷는 고행을 자처한 이들이 있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달 17일 평택공장을 출발해 나흘 간의 도보행진 끝에 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여야에 ‘쌍용차 경영정상화 지원’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전달하고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투쟁, 타도, 쟁취’ 등 공격적 어휘 일색인 통상적인 노조 집회와 달리 쌍용차 노조 간부들의 복장은 ‘반성’과 ‘감사’, ‘다짐’의 단어들로 가득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쌍용자동차로 거듭나겠습니다.”

“11년 무쟁의, 임금삭감. 쌍용차는 다릅니다. 더욱 혁신하겠습니다.”

“쌍용차 구매에 감사드리며 반드시 정상화로 보답하겠습니다.”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남들은 하지 않은 일을 쌍용차 노조는 실천한 것이다.


2009년 대량해고 사태 이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벗어난 쌍용차 노조는 그동안 상생적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로 불려왔다. 11년간 쟁의 없이 누구보다 신속하게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고, 신차가 나올 때마다 작업 전환을 놓고 사측과 힘겨루기를 하는 여느 노조와 달리 최대한 빨리 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노력했다.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2019년에는 대부분의 복리후생을 포기하고 임금 삭감까지 감수했다. 올해 초 법정관리를 앞두고 부품 협력사들이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대금 마련을 위해 임금의 절반을 선뜻 내놓았다.


잠재적 인수 희망자의 시각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 대비 쌍용차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이같은 상생적 노사문화를 가능케 한 노조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 쌍용차 노조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기 위해 회사측이 내놓은 자구안이 그것이다.


회생절차를 종결하려면 새로운 인수의향자를 찾아야 하고, 국책은행 등으로부터 금융 지원도 받아야 하는 만큼 자구안의 내용은 녹록치 않다.


자구안 중 노조가 감수해야 할 것은 2년간의 무급휴직과, 2019년 당시 삭감된 임금과 중단된 복리후생을 2023년 6월까지 적용받는 것이다. 휴직을 순차적으로 나눠서 한다 해도 1년은 수입 없이 버텨야 하고, 2년간 단체교섭 권한도 박탈당하는 셈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외부의 투자와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쌍용차의 현실에서 인력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외부에서는 쌍용차가 고정비를 근본적으로 절감해 인수 희망자의 부담을 덜고 계속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원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 명의 조합원이라도 실직으로 내몰지 않으면서도 고정비 절감 효과를 인력 구조조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회사가 내놓은 고심의 결과물이 이번 자구안인 것이다.


노조는 7~8일 이틀간 이번 자구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인다. 여기서 자구안이 부결되면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절차 조기 종결이라는 시나리오도 물거품이 된다. 이는 법원 주도의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 심지어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물을 불러올 수도 있다.


쌍용차 노조가 그동안 회사의 생존을 위한 고통분담에 최선을 다해온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동료들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가혹한 짐을 나눠지는 게 불가피할 것 같다는 안타까운 의견도 함께 전한다.


그들이 스스로 다짐했듯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쌍용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구안의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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