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부총리 '집값 고점' 경고장…7월부터는 대출 규제 완화
"서울 아파트 가격(실질가격 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를 7월1일부터 시행할 것."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 발언에는 '집값이 고점이니 사지말라'와 '집을 사라'는 상반된 의미가 공존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정부는 집을 살 때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집 사기가 수월해 질 예정으로 모순된 태도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현 집값은 고점으로 앞으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테니 함부로 매수에 나서지 마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이번 발언은 여느 때 보다 강하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엄포성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확신이 섞여있다. 일반 수요자가 받아들이기에는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홍 부총리의 발언은 기존과 달리 수위가 높은 편이기는 했다"며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로는 '집 사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대출규제는 풀어냈다. 7월1일부터는 집을 사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우대혜택 대상요건 중 주택가격 기준이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부부합산 8000만원 이하였던 소득기준도 9000만원 이하(생애최초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1억원 미만)로 높아진다.
이 요건 충족 시 담보인정비율(LTV) 우대혜택은 기존 10%p에서 최대 20%p로 확대되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사실상 빚 내서 집 사라는 모순된 행보다.
대출을 풀어 집을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은 처음 여당이 제안한 내용이지만 결국 완화가 시행된다는 것은 정부도 동의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화할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서 지금은 무슨 정책을 펴더라도 자기모순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계속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정책은 꼬일대로 꼬였다. 차라리 시장에서 요구할 때 규제를 완화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무엇을 하든 자기모순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젠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