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물밑 접촉 시도
韓美日 정보수장 회담 개최
美 정보기관장 방한…DMZ 방문할 듯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큰 틀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담화 공세를 벌인 뒤 일주일 넘도록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
대북관여 의지를 거듭 밝혀온 미국이 지난주 북한에 물밑 접촉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담 참석차 일본을 찾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열흘 뒤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다 구체적인 대북 접근법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밑 외교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박지원 원장은 11일 오전 한미일 정보수장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박 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과 함께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선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관련 의견 조율과 함께 북한·중국 동향 등 동북아 정세 전반이 논의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8년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 당시, 정보 라인을 통한 비공식 채널이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어 이번에도 같은 접근법이 취해질지 주목된다.
남북미는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한국 국정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의 빈번한 물밑 접촉을 통해 접점을 마련한 바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해 12월 운을 띄운 '한미연합훈련 연기' 구상도 정보라인을 통해 사전 조율된 내용이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관련 언급 이후,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한반도 해빙기'의 닻을 올렸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오늘(12일) 한국을 찾아 비무장지대(DMZ)와 청와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보라인을 중심으로 한 남북미 물밑 접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통일부 당국자는 북미 간 물밑접촉 여부에 대해선 "통일부 차원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남북 간 물밑접촉 시도와 관련해선 "확인해드릴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전 북측 의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에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협상 견인을 위한 중요한 계기"라며 "한미 정상회담 전 북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개‧비공개 채널을 가동하고 고위급 특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원포인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