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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남다른 대출 여력에도 몸 사리는 이유


입력 2021.05.11 06:00 수정 2021.05.10 11:1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예대율 90%대 초반 그쳐…4대銀 보다 10%p 여유

가계대출 억제 규제·LH 사태 등 겹겹 악재에 발목

국내 5대 은행 보유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은행의 보유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하 예대율)이 4대 시중은행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대출을 내줄 여력이 부족한 다른 대형 은행들과 달리 농협은행은 아직 상당한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억제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예기치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농협은행 역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각 은행들마다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7.2%로 전년 동기 대비 1.2%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예대율이 100.4%로 같은 기간 대비 2.1%p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나머지 은행들의 예대율도 100%에 임박했다. 하나은행의 예대율 역시 98.8%로 2.0%p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98.4%로, 신한은행은 96.8%로 각각 0.5%p와 0.3%p씩 예대율이 높아졌다.


예대율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건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를 계기로 관련 규제를 다소 느슨하게 시행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은행들이 5%p 이내 범위에서 예대율을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유예할 방침이다.


불안한 시중은행들과 달리 농협은행은 예대율 관리에 충분한 여력을 보여주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농협은행의 예대율은 91.6%로 4대 은행과 비교해 5%p 이상 낮은 상태다. 농협은행의 예대율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1.2%p 올랐지만, 여전히 규제 상한선과는 격차가 큰 편이다.


농협은행이 안정적인 예대율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예금 시장에서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더 많은 예금을 확보함으로써 예대율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0조8658억원으로, 1년 새 2조7833억원이나 증가하며 국내 은행 중 선두로 올라섰을 정도다.


예대율이 낮다는 건 추가 대출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대출 제어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며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는 금융당국의 행보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부터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를 0.3%p 축소했다. 직접적인 금리 인상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기대할 수 있는 실질 이자율은 이전보다 올라가게 된 셈이다.


농협은행은 농지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상한선도 낮추기로 했다. 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 이후 금융당국이 가계 비(非)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DSR은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상한선이 낮아지면 그 만큼 대출 가능 금액이 줄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별 은행의 유동성과 리스크 관리 실태를 감안하지 않고 동일한 기조의 정량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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