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국민 공감대 생각해야"
서울 재건축 문제엔 "가격 상승 부추길 수 있어"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 포기하기 일러"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첫 오찬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제안과 관련해 "이 문제를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이 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두 시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박 시장의 '사면 제안'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두 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며 이 같이 답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찬 자리에서 "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제고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시장이 '사면'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았지만, 사면을 거론하신 걸로 이해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기존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거절 차원의 말씀은 아니었다"면서 "(사면 문제는) 개인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국민공감대와 국민통합이라는 2가지 기준에 비춰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면권을 막 사용할 분은 아니고 절제되게 사용할 것이라 이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강화된 안전 진단으로 서울시의 재건축, 재개발이 원천 봉쇄됐다며 문 대통령에게 해결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취임 이후 한 군데 가봤는데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건축된지 50년된 아파트다. 살 만해 보이지만 들어가 보면 폐허화돼 있다"며 "그런데 재건축 주변 집값 우려 있다는 이유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오늘 (문 대통령을) 어렵게 뵙게 됐는데 예컨대 시범아파트 같은 재건축 현장을 한번만 나가봐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들을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며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 투기억제, 공급확대 추진 중인데 이건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 국토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답변했다.
또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 인터뷰를 보면 민간 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더라"라며 "공공재개발 추진하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게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2032년 서울과 평양의 공동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포기하기 아직 이르다"며 격려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IOC에서 호주 브리즈번이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포기해야 하느냐"는 오 시장의 물음에 "북한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면 모멘텀이 생길 수 있으니 물건나 간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임명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기 기획관의 친여 성향 등에 대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언급하며 "남편이 야당 국회의원이었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을 신경써야 하나"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