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상승 속 갈길 바쁜 하나카드, CEO 리스크에 '발목'
'권길주號' 체제 속 발빠른 분위기 수습·사업안정화 과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던 하나카드가 예상치 못한 새 수장 체제를 맞게 됐다. 전임 대표이사의 ‘부적절 발언’으로 파장이 적지 않았던 만큼 소비자 신뢰 회복과 내부 분위기 수습, 그동안 주력해 오던 점유율 확대, 신사업 강화에 힘을 싣는 것이 앞으로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을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전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권길주 현 두레시닝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장경훈 전 사장이 임원회의 당시 발언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지 엿새 만이다.
권 내정자는 하나카드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으로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다. 임추위는 권 후보가 하나금융 내 지주, 은행, 카드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점, 특히 과거 하나SK카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만큼 카드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윤리 경영, 디지털 경영 등에 대한 능력을 갖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조만간 하나카드 수장으로 정식 업무에 나설 권 내정자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이번 논란으로 땅에 떨어진 하나카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빚어졌던 만큼 발빠른 내적 쇄신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한다.
전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어수선한 내부조직을 발빠르게 수습하는 것 역시 권 대표 내정자의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나카드 노조는 ‘부적절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대표이사실을 점거하고 장 전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때문에 취임 초기 분열된 노사 화합과 내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역대급 순익을 기록한 하나카드의 실적 상승세와 더불어 점유율 확대도 권 내정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하나카드의 2020년 기준 당기순이익은 1545억원으로 전년(563억원)과 비교해 무려 174%(982억원) 증가했다. 하나카드의 연 순익이 1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하나카드로서는 실적 개선세를 발판으로 하위권인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는 것이 한층 치열해질 결제시장 경쟁에 있어 절실하다.
이밖에도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신사업 확대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업무도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 하나카드는 올해를 종합 디지털 페이먼트사도약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트렌드에 발맞춰 금융서비스 사업영역을 재편할 계획이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신규 디지털 상품 ‘멀티(MULTI)’ 시리즈를 선보이는가 하면 구독경제 등 부대업무 취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자동차 할부 등 다양한 금융 신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 기조가 강화된 가운데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가 아니더라도 CEO의 말 한마디가 금융회사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새 수장이 하나카드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시키고 반등을 꾀할지 앞으로의 경영전략이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