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 1.0%...2월 마지막주 0.5%로 점유율 하락
개인화된 큐레이션은 호평, 요금제 등은 걸림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는 세계시장 점유율 34%(지난해 9월 기준)로 2위와 3위인 애플뮤직(21%), 아마존(15%)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선 다소 부진한 출발을 했다. 출시 초기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떠들썩했던 출시 전의 화제성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2월 4주차 일간 사용자 점유율은 0.5%였다. 1위 멜론(33.8%)과 2위 지니뮤직(17.0%)은 물론 2% 안팎의 벅스와 카카오뮤직에도 크게 밀린 실정이다. 더구나 출시 당일에는 1.0%였던 점유율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7일간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가 실제 이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개인화된 큐레이션 서비스에 있어서는 이용자들의 만족감이 제법 높았다.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뜻의 ‘spot’과 식별한다는 뜻의 ‘identify’가 조합된 의미인 스포티파이는 말 그대로 개인의 음악 취향을 발견해, 식별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포티파이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멜론과 지니, 벅스를 거쳐 최근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김모(34)씨는 “내 음악 취향을 옛 애인보다 더 잘 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스포티파이 어플을 설치하고, 좋아하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고르는 시간만 해도 40여분이 걸렸다. 그만큼 스포티파이의 추천 리스트가 다양하고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찾아야 했다면, 스포티파이는 내가 들은 곡을 바탕으로 스스로 추천을 해주고 매일 리스트를 만들어 떠먹여주는 느낌이라 편하고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청취자로부터 저희의 독보적인 개인화(personalization)와 발견(discovery) 기술에 대해 ‘역시나’라는 호평이 많았다. 음악 팀의 에디토리얼 전문성과 스포티파이의 독보적인 데이터, 알고리즘·머신 러닝 기술의 결합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발견하는 즐거움 외에도 듣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스포티파이는 단순 음원 플랫폼이 아닌, 전 세계의 오디오·음악 생태계를 청취자에게 선보이는 기술 서비스”라고 자신했다.
평소 국내외 음악을 고루 접하고 있는 유모(35)씨 역시 “국내 플랫폼은 먼저 선택지를 주고 그 안에서 골라 들었다면, 스포티파이는 내가 선택지를 제시하고 취향에 맞는 음악이 나오는 식이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다만 국내 음원의 다양성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아이유·임영웅 등의 음원을 유통하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음원 공급에 따른 재계약 협의를 마쳤지만, 여전히 국내 플랫폼에 비해 국내 음원이 적은 건 사실이다. 유씨는 “최신곡은 물론 80~90년대 음원도 벅스, 지니와 비교하면 많이 비어있다. 그래서 지금은 스포티파이와 벅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도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마음은 있지만 불편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이미 국내 플랫폼에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연동이 된다거나, 국내 음원 보충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바랐다.
국내 플랫폼보다 비싼 요금제도 걸림돌이다. 스포티파이는 개인 1만1990원, 듀오 1만7985월(부가세포함)이다. 국내 플랫폼들은 보통 만 원 이하의 요금이 책정되어 있고, 각종 할인요금제도 적용돼있다. 더구나 국내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음원 플랫폼이 통신사를 끼고 있어 통합 요금제나 할인 혜택이 활성화되어 있어 이용자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고, 프로모션 노출도 수월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는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국내에선 제외시키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튜브 뮤직에 정착했다는 박모(35)씨는 “멜론, 벅스, 지니, 플로 등 다양한 음원플랫폼을 사용해봤는데 대부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다 최근엔 유튜브 뮤직으로 갈아탔다. 유튜브 영상을 보는 비중이 커지면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고,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넷플릭스와 같이 독점 콘텐츠가 있다면 비싼 요금을 내야 하더라도 이용을 할 수 있지만, 음원의 경우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좋다고 하지만, 최근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도 큐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있고 유튜브 뮤직의 경우에도 다양하진 않지만 큐레이션 서비스가 되어 있어서 듣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굳이 스포티파이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스포티파이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의 발견’을 강점으로 삼아 음원 시장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촉매제의 역할(catalyst)을 하고자 한다”는 박 매니징 디렉터의 말이 실현되려면 적어도 대중에게 스포티파이만이 가질 수 있는 큐레이션, 혹은 가격에 상응하는 콘텐츠 보유 등의 강력한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