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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 멍든 정인이는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다" 어린이집 원장 눈물의 증언(종합)


입력 2021.02.17 14:41 수정 2021.02.17 14:42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정인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법정 증언

"온몸 흉터, 기아처럼 야위었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아빠다' 피켓 시위 이어져

양부모에게 수개월간 학대를 당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양이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직후부터 온 몸 곳곳에서 멍과 상처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것이 알고싶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오전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입양부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처의 원인을 물으면 장씨가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고, 허벅지에 난 멍에 대해서는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는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정인이는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이유를 묻자 장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정인이를 등원시키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딸인 언니는 같은 기간 어린이집에 다녔다.


이후 9월 정인이는 다시 등원했고, A씨는 그때 정인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너무나 많이 변한 정인이의 모습을 보고 저만이 아니라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며 "정인이가 너무 많이 가벼웠고 무게감도 없고, 팔을 만져봤는데 살이 채워졌던 부분이 없어지고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가죽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가는 양부 안씨ⓒ뉴시스

A씨에 따르면 사망 전날인 2020년 10월 12일 정인이의 상태는 무척 심각했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의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이유식을 줘도 전혀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진술했다.


사망 전날 정인이의 모습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정인이는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비하인드 편에 PD는 "(CCTV 장면)방송에 나간 거 외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그날따라 옷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던 정인이(의 모습이었다고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인이는 사인은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에 따른 과다출혈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양모인 장씨에 대해 살인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장씨측은 실수로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렀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살인 의도를 계속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장씨측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학대 충격이 누적돼 장기 파열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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