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랩셀 미국 법인 아티바, 머크와 2조원대 계약
항암 세포치료제 3종 공동 개발하기로
GC녹십자랩셀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대 3번째 규모에 달하는 2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백신이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GC녹십자가 신약 개발에도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십자랩셀은 미국에 설립한 NK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아티바와 미국 MSD 간 CAR(키메릭항원수용체)-NK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총 18억6600만달러(약 2조862억원)로, 이는 2015년 이후 체결된 단일계약으로는 한미약품(약 5조1845억원)과 알테오젠(약 4조6770억원)에 이은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이 가운데 GC녹십자랩셀로 직접 유입되는 금액이 총 9억8175만 달러(약 1조980억원)다. 나머지 절반은 아티바로 귀속된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500만 달러(약 170억원),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는 9억6675만 달러(약 1조800억원)로 산정됐다. 상업화에 따른 사용료(로열티)는 별도다.
이번에 맺은 기술수출 계약은 고형암 3종 치료제에 대한 공동 개발(제조 기술에 대한 권리 포함)에 한정되고, CAR-NK 관련 원천기술은 녹십자랩셀과 아티바가 보유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녹십자랩셀과 아티바, MSD는 총 세 가지 고형암에 대한 CAR-NK 세포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 고형암이란 위암, 간암, 유방암 등 장기에 고체 형태로 만들어지는 암을 뜻한다.
원천기술을 통째로 넘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GC녹십자가 앞으로 다른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CAR-NK 기술을 활용해 또 다른 치료제를 만드는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인 투자, 긴 호흡의 R&D가 성공 비결
2003년 세포치료제 사업을 신사업분야로 선정한 녹십자는 제대혈 은행 사업과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008년 목암연구소를 통해 세포치료제의 '자연살해세포 체외확장 배양방법'에 대한 기술을, 2009년에는 '세포배양공정'에 대한 특허를 냈다.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2011년 6월 녹십자랩셀은 녹십자로부터 세포치료제 사업을 이어받았다. 녹십자랩셀은 NK세포치료제 관련 기술 개발에만 200억원 이상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CAR-NK 치료제는 면역 세포의 일종인 NK(natural killer) 세포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특정 암세포에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든 뒤 몸속에 투입하는 방식의 차세대 항암제다. 암세포뿐 아니라 암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재발을 막을 수 있고, 면역거부 반응이 적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은 지난 2019년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현지 법인으로 아티바를 설립했다. GC녹십자랩셀은 같은해 11월 아티바에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하며 개발에 속도를 냈다.
아티바는 GC녹십자랩셀 기술 기반의 차세대 NK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지난해 6월 미국에서 78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하며 글로벌 투자자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CAR-NK치료제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간 기술이전 등 빅딜이 이뤄지면서 항암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GC녹십자랩셀과 아티바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고형암·혈액암 타깃의 파이프라인까지 합하면 플랫폼 기술 전체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