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부터 이어진 출연자 검증, 여전히 제자리걸음
비연예인 출연자, 자가검열도 필요
방송에 출연한 비연예인이 화제의 인물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그 화제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소속사 없이 개인적으로 방송사와 소통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사생활이나 과거가 논란이 되면서다.
전자의 경우는 크게 비중을 두진 않는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화제성이 꾸준히 이어지는 출연자라면 자연스럽게 기획사의 접촉이 있을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의 출연 의사에 따라 향후 방송 활동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수명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비연예인 출연자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슈퍼스타K’ ‘프로듀스’ 시리즈 등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연애 프로그램, 각종 관찰 예능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연예인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다.
굳이 지속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일회성 출연자의 경우도 사생활 문제는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비연예인 대상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 방송계에서 이런 검증 시스템의 부재는 큰 손실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도 자그마치 10여년 전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비연예인을 섭외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반복됨에도 그들이 가진 의외성과 화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비연예인의 출연은 연예인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정제되지 않는 예능감, 즉 리얼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욕하면서도 즐겨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비연예인의 출연과 논란도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비연예인 출연자의 사생활과 관련된 논란이 많았던 터라 이들을 출연시키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특별히 섭외 과정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검증하느냐에 대한 수위는 늘 고민거리다.
‘K팝스타4' 연출을 맡았던 박성훈 PD는 “비연예인들과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은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가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뒷조사를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법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걸러지겠지만 어디까지 용서할지, 용서 안 할지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수 선보였던 CJ ENM의 경우는 여러 차례 비연예인 출연자들과 관련해 사생활 논란, 과거 논란이 불거지자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엠넷 자체적으로 출연자 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이슈가 생겼을 경우 논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채널A도 지난해 ‘하트시그널3’ 방송에 앞서 서류를 받고, 총 세 번의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미 두 차례의 시즌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논란을 겪어왔던 터라 검증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방송사 내부적으론 ‘철저하다’고 했던 검증 시스템은 매번 보기 좋게 구멍이 뚫린다. 한 방송 관계자는 “비연예인을 섭외할 때 심층적인 질문 과정은 물론 자칫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출연계약서 형식도 갖춰져 있고 관련 조항들도 만들어 놓았음에도 논란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한계를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직접 프로그램의 섭외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지상파 작가도 “기본적인 인터넷 정보 검색을 시작으로 지인들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를 병행한다. 또 제작진에 제공한 신상정보가 사실과 일치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한 것 같아도 100% 완벽할 순 없다. 더구나 섭외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검증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말처럼 제작진이 경찰이나 탐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신소에 맡겨 출연진의 뒷조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예능가를 누비던 스타강사 설민석이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설민석이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벌거벗은 세계사’를 비롯해 자신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렇다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저 운이 나빴다”는 푸념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만도 없다. 지상파 작가는 “방송사나 기획사가 어떤 인물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단순히 하차, 계약해지로 끝내난 경우가 많이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즉 논란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연예인의 출연이 일반화됨에 따라, 그에 맞는 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그는 “무엇보다 과거의 문제가 밝혀지면 프로그램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당사자다. 주변의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방송 출연에 있어서 스스로 자가 검열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