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성' 표방하지만 기업 팔 비틀어 성과 나누자는 목적
강제 이익배분 발상은 '사회주의'…"사회적 부작용 불가피"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익을 거둔 기업이 피해를 본 쪽을 돕자는 이른바 '코로나 이익공유제'로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대통령이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을 만들어 고통 받는 계층을 돕는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거들자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구실로 기업들과 면담을 잡는 데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IT기업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인사들을 계속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신나게 정책 도입에 나서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괜히 불려나갔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이익공유제 '1호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22일에 배달의민족, 네이버, 카카오, 라이엇게임즈 등 4개 플랫폼 기업을 불러 '상생 협력 사례 공유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해당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자 불발됐다. 하고많은 대기업 중에서 굳이 온라인에 특화된 기업들을 부른 속셈이 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공감대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이익공유제'는 상당한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명목상으로는 '자발성'을 표방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정부와 여당이 '감놔라 배놔라'하는 데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업들은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가까스로 이익을 창출했다. 이렇게 일군 성과를 코로나로 인한 이익발생분과 구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불가능하다.
또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없는 기업이나 계층에 이익을 공유하게 될 경우 경영진은 배임죄, 국가간 소송(ISD) 등 각종 소송에 휘말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고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는 추산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이런 부작용을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자율성을 전제로 했지만 사실상 주요 기업 대부분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비판도 인다.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간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불이익이 없더라도 '미참여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기업으로서 껄끄러운 일이다. 정부와의 관계는 물론, 현 정권의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흔들렸고 기업은 생존 싸움에 시달렸다. 어렵게 일군 성과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장기 성장하도록 규제를 풀고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애먼 기업들을 불러다 강제로 성과를 나누라고 '호령'하는 건 권력 오용이자 남용이다.
'상생'은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자율성에 기반을 둔 시장 활력이 전제돼야 한다. 자율성 없이 기업의 호주머니를 털어 강제로 이익을 분배하겠다는 발상은 '사회주의'에 가깝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에 몰입해 선대들이 오랜 기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시장질서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