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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윤석열이 정치한다" 매도했던 與 의원들의 침묵


입력 2021.01.21 07:00 수정 2021.01.21 05:21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20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한다"는 딱지를 붙인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이었다.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거취를 묻는 질의에 윤 총장이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여권 인사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 "정치를 하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정치행보에 이용한다"는 식의 논리로 발전시켰다. 공식회의와 언론지면을 통해 하루하루 수위를 높여나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아예 "한국 검찰은 준 정치조직 검찰당"이며 윤 총장은 '당수'라고 못 박기도 했다.


심지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며 그 사유 중 하나로 '정치행보'를 내세웠다.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으며 여론조사에서 본인을 빼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 정치적 중립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정직 2개월의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판사와 검사는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 전 사직해야 한다는 이른바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퇴임 후 정치에 뛰어들지 여부는 오롯이 '자연인' 윤 총장의 권리다. 사실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현직에 있을 때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그렇게 정치에 입문해왔던 게 사실이지 않은가. '정치를 할 것'이라고 예단해 공세를 펼치고 징계까지 감행한 것은 윤 총장의 빈틈을 찾지 못한 여권 인사들의 촌극에 가깝다.


그렇게 매도했던 여권 정치인들이 이제는 철저히 침묵모드다. 1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위원들은 의식적이라고 할 만큼, 윤 총장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윤 총장의 장모와 배우자를 거론하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른 태도였다.


여권 인사들이 안면을 바꾼 계기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버금갈 정도(혹은 그 이상)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커버린 윤 총장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윤 총장을 향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셈법이 어떻게 바뀐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다만 정치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여권 인사들의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논란을 키우고 국민적 피로감을 가중시킨 것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라는 좋은 의미의 단어가 사회적으로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데는 '안면몰수'가 기본 장착된 정치인들의 가벼운 행동 때문이 아닐까.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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