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 北 협의 가능성에
美 대사, 에둘러 '반대' 피력
위안부 합의 인정 발언에
日 언론, 배경으로 北 거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임기 내 '마지막' 대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교집합'을 강조하며 △대일 유화메시지 △한미연합훈련 관련 남북협의 가능성 등을 거론한 것은 하나같이 대북협상 재개를 목표 삼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 군사회담을 통해 협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한미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남측이 추진 중인 코로나19 대북지원 등을 '비본질적 문제'로 규정하며 연합훈련 중단을 거론하자 문 대통령이 남북군사회담을 역제안하며 대화 재개를 타진하는 모양새다.
장기 교착국면을 어떻게든 돌파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훈련 파트너이자 70년 동맹인 미국은 마뜩잖아하는 분위기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한미동맹포럼에서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원하고,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훈련이 북측과 협의를 통해 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해리스 대사는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역사적인 선례가 많다"며 "71년 전, 그 운명적인 날에 발생한 사건(6·25전쟁)도 이런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문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 나왔다. 임기 만료로 조만간 귀국하는 그가 마지막 공개일정에서 굳이 관련 언급을 한 것은 미국의 불편한 속내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대일 유화메시지 역시 대북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가 일본에서 나온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부정하며 '사법부 판단 존중'이라는 대일외교 원칙을 고수해온 문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판결의 경우 2015년 양국 정부 간 합의가 있었다"며 "한국 정부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토대 위에서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한일 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의 '절차적·내용적 중대 흠결'을 강조하며 해당 합의를 사실상 부정해온 만큼 '합의 인정'은 이례적 입장 표명이라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합의 인정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한국의 자세 표명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보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대일 유화메시지 배경으로 북한을 거론하고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정부 내에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노선을 요구해 북미협상이 좌초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동맹 공조'를 바탕으로 북핵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문 대통령이 북미협상 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일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문은 문 정권이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 북미 정상의 만남을 통한 "국면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일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강창일 주일대사 역시 이날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협조할 게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했다"며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할 일이 참 많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며 역내 평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한일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