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이후에는 조건 변경 있어도 입주 자격 회수 안해
전문가 "세세한 확인 규정, 법에 담을 필요 있어"
가점제에 치우친 청약방식이 불법행위 조장 지적도
양부모의 폭행으로 사망한 정인이의 입양 이유가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입양으로 다자녀 혹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받고 입주 이후라면 파양해도 입주자격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모호한 규정이 비정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공급은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분양 받을 수 있도록 따로 배정한 물량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 등 따르면, 입양한 자녀를 포함해 다자녀 특공에 당첨됐을 경우 입주시까지 입양을 유지해야 한다. 해당 자격 유지 기간을 입주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말은 '곧 입주 이후라면 파양을 해도 관계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한 것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40조와 41조의 '입양한 자녀를 포함해 입주자로 선정된 경우에는 입주 시까지 입양이 유지돼야 한다'라는 문구 때문이다.
입양도 입주자모집공고일 이전에만 하면 된다. 입주자 모집공고일로부터 입주까지 통상 2~3년 걸리다는 점에서 자격 유지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자녀 수는 청약 당첨의 당락을 좌우한다. 요즘같이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모호한 기준이 위장 입양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 1명 당 5점의 가점이 책정되는 만큼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검증 과정도 미비해 제재를 가하기도 어렵다.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밝혀내는 일이 드물다. 기준으로 정한 입주시점 전까지 국토부는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특별한 검증과정도 없고 입양유지 기간이 입주때까지로 해당 법 상 정해져 있다면 편법을 조장한다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공급에 대한 법이다 보니 사후관리까지는 다루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공급에 대한 것이라 사후 관리까지 하기는 어렵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지만, 입주 시점이 지난 후에는 소유권도 넘어가게 돼 파양 행위 만으로는 주택 회수도 현재로썬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입양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는 등 절차가 한층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악용 우려는 불식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불법 행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예림 변호사는 "공급에 대한 규칙이기 때문에 입주 후 재산권이 형성된 시점부터의 규율은 담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편법으로 조장될 수 있는 만큼 입양에 대해 주기적으로 세세하게 확인하는 규정을 담으면 사전 차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점제와 특공에 치우친 현 청약방식이 이런 시장 교란행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점제와 특공 물량이 많다보니 조건을 갖추려고 혹은 점수를 높이려 위장결혼 등의 시장 교란행위가 계속되는 것"이라며 "추첨제와 가점제를 균형있게 운영한다면 이런 문제들을 줄일 수 있을 듯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