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심화로 경영 위기감 고조…생·손보 엇갈린 희비
저성장 장기화 우려 확산…포스트 코로나 해법 '골몰'
국내 보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제로금리 먹구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낮아진 금리에 따른 충격에 더욱 시달린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생각지 못한 반사이익으로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당분간 업계의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5조5747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2552억원) 대비 6.1%(319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가 코로나19로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름 선방한 성적을 냈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업권별로 보면 희비는 다소 엇갈린 모양새다. 우선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조569억원에서 3조1515억원으로 3.1%(94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보험 영업에서의 손실을 4000억원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이자 수익이 4500억원 넘게 쪼그라들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생보업계의 수익성 제동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한 저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얻은 투자 수익으로 다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에게 시장 금리 하락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며 대량의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던 생보사들 입장에서 코로나19 이후 0%대까지 추락해버린 금리는 향후 경영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반면 손보업계의 표정은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조사 대상 기간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4232억워에서 2조1983억원으로 10.2%(2239억원)나 증가했다. 손보업계 역시 저금리의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2000억원 가까이 축소됐지만, 보험 영업 부문의 손실을 5000억원 넘게 줄이면서 눈에 띄는 성적 개선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최근 손보업계의 수익성이 좋아진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이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차량 이동이 줄면서 자동차보험에서의 손해를 축소할 수 있었고, 아울러 감염 우려에 고객들이 병원 방문을 자제한 측면도 보험금 지급을 억제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이 덕에 하절기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부진을 상쇄한 모습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이다.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업계 수입보험료가 내년엔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까지는 보험업계의 수입보험료가 4.2%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이런 일시적 추세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생보업계는 아예 역성장의 늪에 빠질 것으로 점쳐졌다. 퇴직연금을 제외한 생보사들의 내년 수입보험료는 보장성보험의 성장 둔화와 저축성보험의 위축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손보업계의 퇴직연금을 제외한 원수보험료는 장기보장성보험과 일반손해보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축보험 부진과 자동차보험의 성장세 둔화로 인해 올해보다 낮은 4.0% 증가를 예상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금융권에서도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도 이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디지털 혁신 측면에서 누가 먼저 할 발 앞서 나갈 수 있느냐가 보험사들 간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원활한 사업모형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험 산업이 성장 공백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업 재조정과 소비자, 판매채널, 정부 등과의 경쟁·협력모델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