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1세…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
올 4월 전시 인터뷰 통해 희망 메시지 전해
아시아 최고의 여성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활약상을 보이는 쿠사마 야요이는 이번에도 그녀만의 독보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올해로 91세,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가로의 지루하리 만치 기나긴 삶의 여정과 작품 세계를 최초로 조명한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가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특별한 소식이다. (원래 12월 17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다)
한국에서는 2014년에 개인전 ‘KUSAMA YAYOI, A Dream I Dreamed’ 이후 무려 6년 만에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영화 팬들은 물론, 문화 예술계 팬들의 기대가 상당하다. 영화는 쿠사마 야요이의 인생과 창작 인터뷰, 기록영상을 담고 있으며 재작년 9월에 미국에서 먼저 개봉된 뒤 큰 호평을 받은바 있다. 이후 작년 11월에 일본에 이어, 올해 12월 한국에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실 저 너머 무한 세계를 추구하는 쿠사마는 전 세계의 뮤지엄과갤러리에서 회고전이 줄을 이으며, 관람예매 또한 연일 매진 사례다. 최근 보스톤 ICA뮤지엄에서 개최된 “Love Is Calling” Infinity Mirror Room installation은 당초 2021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람권 매진 호응에 부응할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연이은 휴관이 불가피해지자 앞선 지난 3월에 조기마감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당시 쿠사마는 보스턴 ICA 전시 인터뷰를 빌어, 코로나19를 겪는 전 세계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보스턴 ICA뮤지엄(Institute of Contemporary Art)은 쿠사마의 Love Is Calling(2013)을 2019년 쿠사마의 소속 갤러리인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를 통해 구입하였으며 북미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쿠사마의 Infinity 작품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미술계는 남성작가들의 무대였다. 설령 여성작가가 두각을 보인다 해도 그녀들의 활동 반경은 그들에게 가려져 좁을 수밖에 없었고 그 영향력도 미미했다. 작품 값 역시, 동급 남성작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로 취급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며 이러한 상황들은 무너졌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섬세하게 구축해온 여성 작가들이 미술계의 주역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주자로 선두에 선 이가 쿠사마 야요이(일본1929~)와 루이스 부르주아(미국1911~2010)였다.
이들의 작품은 현재 세계 굴지의 갤러리가 수급을 조절하며 관리하고 있어,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게 평가받으며, 가격 또한 안정적으로 상승선을 그리며 상업적으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 미술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두 작가의 작품을 사겠다는 컬렉터와 기업의 문의는 연일 쇄도하고 있다.
일본 출신의 원로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는 우먼파워를 끊임없이 뿜어내며, 글로벌 마켓을 주름잡는 생존하는 최고의 여성 미술가를 대표한다. 현실 저 너머의 무한세계를 추구하는 쿠사마는 물방울무늬와 그물망, 호박 등 독보적인 작품들로 차별과 편견을 깨고 여성 작가 최초 최고의 자리에 오른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이라 칭송 받고 있다.
도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폭력적인 부모를 피해 1958년, 일본 전후 예술가 중 최초로 뉴욕으로 향한 예술가다.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본국을 떠나와 쿠사마 야요이 라는 이름하나로, 여성미술가로서 끊임없이 갤러리의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미술계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부터가 혁명 그 자체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끊임없이 펼치며 자신의 몸을 켄버스 삼아 점과 그물을 무수히 그려가며 전에 없던 추상 세계를 펼쳐 보였다.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과 트라우마’에서 영감을 얻는 만큼 '쿠사마 야요이'하면 떠오르는 확실한 스타일로 명성을 공고히 했다.
앤디 워홀, 클래스 올덴버그의 아이디어 도용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쿠사마의 스타일을 훔쳐 히트를 기록한 남성 작가들에게 보란 듯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작품 세계를 확고히 해나간 것이다. 남성 작가의 작품만을 고집하는 아트 딜러들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손수 본인의 작품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매력에 앤디워홀, 도널드 저드가 다가왔고, 오늘날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인 저드와는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까지도 했다.
2008년 크리스티 뉴욕에서 경매에 나온 쿠사마 야요이의 ‘끝없는 그물(Interminable net #3, 1959년)’이 당시 추정가의 두 배를 훌쩍 넘는, 580만 달러에 팔리며 생존 여성작가로서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당시 이 추상화는 도널드 저드가 소장했던 것이기에 그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직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세워진 기록이기에 더욱 큰 화제가 됐다. 이후 2014년 11월에도 쿠사마의 추상화는 710만 달러의 판매 기록을 새우며 새 주인을 찾았다. 한국에서도 그녀의 회화와 조각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소장목록 1순위로 손꼽힌다. 말인즉슨, 가장 안전하고도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명품 패션브랜드 루이비통과 손잡고 아트 콜라보레이션 또한 진행한 쿠사마는 이를 계기로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등지 미술관에서 대규모 순회 전을 개최했으며, 한국에서도 대구미술관, 예술의 전당 미술관(서울), 서울대학교 미술관, 본태박물관(제주)이 쿠사마 야요이 작품전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미술 전공자였던 헤더 렌즈 감독은 전공 서적에서조차 여성 작가의 작품에 관한 구절은 찾기 힘들었다며,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에 주목했고, 그 시작이 “동양인 여성 아티스트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던 쿠사마 야요이 였다”고 했으며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기획 의도에 대해 "젊은 관객에게 그의 생애를 알리고, 잊히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선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이같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현대 미술사의 비하인드가 담겨져 있어 예비 관람객들의 흥미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성차별과 인종의 편견을 무너뜨린 독보적인 스타일, 압도적 존재감의 쿠사마 야요이의 놀라운 명작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는 영화라는 장르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화면구성은 물론, 쿠사마의 명작을 감상하는 전시의 감동까지 함께 하는 다기능 콘텐츠(Multi-Functional Contents) 예술소비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To COVID-19 that stands in our way/I say Disappear from this earth//We shall fight/We shall fight this terrible monster/Now is the time for people all over the world to stand up/My deep gratitude goes to all those who are already fighting./Revolutionist of the world by the Art/From Yayoi Kusama"(쿠사마 야요이의 메시지 중에서)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COVID-19에게/내가 이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말한다//우리는 싸울 것이다/우리는 이 끔찍한 괴물과 싸울 것이다/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일어서야 할 때다/나의 깊은 감사함은 이미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간다./예술에 의한 세계혁명가/쿠사마 야요이로부터
BONUS: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 (2014년 710만 달러), 2020년 3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 해외 아티스트 1위, 세계 최다 관람객 동원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 등극, 2016년 타임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
글/홍소민 이서갤러리 대표(aya@artcorebrow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