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히든캐스트㉝] ‘고스트’ 김성수,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꿈’의 무대


입력 2020.12.05 01:13 수정 2020.12.04 15:1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고스트', 2021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신시컴퍼니

뮤지컬 배우 김성수는 한 번도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물론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잘 이겨냈고, 뮤지컬 배우로 서기 전 대학시절 체육학과를 다니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한 투자는 계속됐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 냈다.


지난 10월 6일부터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고스트’에서 그는 올란도 역을 비롯한 다수의 캐릭터를 맡으면서 관객과 무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간절히 원하던 무대인만큼, 모든 작품, 모든 캐릭터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 마음이 10년이 훌쩍 넘긴 세월동안 그를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체육학과를 졸업했다고요, 뮤지컬 배우로 방향을 튼 계기가 있나요?


대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데뷔를 준비하던 가수였습니다. 집안에서는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운동을 잘하니 체대를 들어가 군인을 하라’는 식이었죠. 음대를 가고 싶어 지원도 했었으나 결국 못 갔고, 체대를 들어갔습니다. 대학 시절에도 체육과 학생이지만 운동보다는 노래 대회나 학교를 홍보하는 가수 학생에 가까웠죠(웃음). 규율이 강한 체육과 안에서도 인정을 해줘서 노래를 계속 했고요. 음악과 연기에 대한 꿈을 놓을 수 없었어요. 소속사에서는 군대를 다녀와서 매스컴을 타자고 했었는데, 군 재대 후에 회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게 2006년이네요. 여동생인 김효진 배우 덕분에 처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고, 공부하고 연습해서 단원 오디션을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뮤지컬과 인연이 되어 2007년부터 무대예술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그렇게 꿈꾸던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2010년도에 락뮤지컬 ‘완승 인 뮤직’에서 첫 조연 배역을 맡았을 때, 그리고 같은 해 ‘빌리 엘리어트’ 한국 초연을 했을 때가 데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무대라는 곳에서 나 자신이 감동을 받고,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진심을 느꼈던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이었죠. ‘이런 삶이 나의 삶이구나. 그래서 더 더욱 진실 된 배우가 되자’라고 마음속에 적어 넣었습니다.


- 그로부터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네요.


제 스승님이신 남경읍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매일 같이 하셨어요. ‘포기하지 말고, 시작했다면 10년은 버텨라. 그럼 무언가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승님이 하신 말씀으로 열심히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달려온 뮤지컬 세월이 14년이네요. 내 자신이 스스로 내려놓지 않고, 부족함을 채워가며 달려왔고 동료들과 행복한 삶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데뷔 당시와 지금,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건 사실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경험과 지식과 지혜와 견해가 싸여 초심과 흔들림을 이겨내 온 순간의 용기들이 스펙이 되고 지금은 작품을 더 소중히, 진실 되게 보는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 전과 지금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연히 ‘나이’죠(웃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세월….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하.


-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즐겁게 무대공연을 했었고 현재도 즐기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힘든 시기도 많았답니다. 생활고, 자책, 상황 등등 그만 둬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할 때도 있었죠. 모든 악재가 겹치면서 꿈은 현실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빌리 엘리어트’ 공연 합격 전이었죠. 집안은 힘들고, 나름 가장이고, 자꾸 최종에서 떨어지고, 가난하고. 그래서 더더욱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했고요. 이런 것들이 겹치니까 욕심이라는 마음이 커져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선배 누나와 친동생인 배우 동료가 무대에 김성수가 서야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셔서 ‘나를 위해서 살면 그게 모두의 행복이겠다’는 긍정이 생겼어요. 그렇게 ‘빌리 엘리어트’ 공연을 하게 됐고, 그 후로 지금껏 쉬지 않고 공연을 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신시컴퍼니

-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고스트’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전 세계에 이런 형식의 작품이 없잖아요. 제가 연출의 꿈이 있는데 ‘고스트’가 그 꿈꾸던 작품이기에 출연해서 그 공연을 참여하는 것만큼 큰 영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은 역시나 간절하다면 이루어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하하.


- 연습 과정,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고스트’ 연습 과정은 늘 떨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작품에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해서 떨리고, 한편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불안해서 떨리기도 했죠. 마스크를 쓰고 아주 조심스럽게 연습을 해나갔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연습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아요. 동료들과 그 힘으로 코로나19를 뚫고 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무대를 완성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 극중 올란도 역을 맡고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인가요?


올란도는 유령입니다. ‘고스트’라는 작품 안에 등장하는 모든 유령들은 각자 사연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정원, 박준면 선배님이 열연하는 오다 메 대사 중 ‘이승과 저승 사이 그 중간에 낀 사람들, 그게 이승에 못다 한 한이 있어서 구천을 떠돈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올란도 역시 그렇습니다.


제가 만든 올란도의 역사는 살아생전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과 재산으로 졸부처럼 살았고,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며 허세를 부리는 인물이에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과시하는 인물이죠. 나이 들어 젊은 아내를 맞이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돼요. 그 많은 재산, 유서, 보험 증서는 꼭꼭 숨긴 채 말이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올란도는 이승에 두고 온 자신의 재산과 젊은 아내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인물인 것 같아요. 올란도를 이야기하려면 그의 아내 오티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오티샤는 올란도의 보험증서를 찾아서 보험금을 타먹으려는 속셈으로 오다 메를 찾아온 거예요. 극 설정상 올란도와 오티샤 부부는 막장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


- 올란도 역 말고도, 앙상블로서 다른 역할들도 하고 있죠?


‘고스트’의 자랑스러운 앙상블로서 많은 장면들에 심폐소생술을 행하며 생명을 구하려는 의사 역과 주인공 샘의 죽음 앞에 구조를 도우려는 행인, 뱅커(은행직원), 스트릿 맨 등으로 장면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쳐 보입니다. 그런 작품에 배우로서 오를 때 힘들면서도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장 힘듦과 보람을 느끼는 시점이 바로 이 순간, 이 시기인 것 같아요. 요즘 상황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배우로서 위기의 순간들과 싸우는 시기인 듯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힘들고 치쳐있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고스트’를 선택해 용기내서 와주신 관객들이 보이는 순간, 그분들의 박수 소리에 가장 큰 보람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에 작품의 크기나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모든 작품들이 의미 있고,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 중에서 나 자신과 굉장히 닮은 작품 속 인물이 마음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데요.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작품에서 동욱이라는 역할이 가슴에 있습니다. ‘고스트’의 최정원 선배님이 초연으로 시작한 작품이기도하고 저의 가족이자 스승님이신 남경읍, 남경주 선생님께서 시작하신 작품이에요. 세월이 흘러 저도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어 항상 ‘집’처럼 생각하는 작품이자 역할입니다.


-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고 싶습니다만, 제가 잘 성장해야겠죠? 하하. 여러 개 중 하나를 꼽자면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줄리안 마쉬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꿈이자 바람이죠(웃음).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의 아버지 역할이 제 인생의 큰 꿈입니다.


-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어떤 모든 직업과 비슷합니다. ‘성실하고 진실 되게 내가 하고 있는, 내가 선택한 이 일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임하자’입니다.


-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이루고 싶은(혹은 이미 이룬) 목표가 있나요?


힘든 시기지만 이룬 것이 있습니다. 예쁜 두 딸 아이의 아빠이자 아름다운 아내의 남편이고, 존경하는 부모의 아들로서 가정을 지키고 가족이 평안하게 살 수 있게 책임감 있는 튼튼한 남자가 되자는 마음을 늘 가지고 살지만 그게 쉽지가 않죠. 모두가 공감할 거예요. 수차례 노력을 하다 아파트청약에 당첨이 됐어요. 하하. 이제 우리 가족이 이사 다니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 달성이죠. 이제 저는 더 튼튼해야 해요. 열심히 가족과 저를 위해 달려야할 뚜렷한 의무가 생겼으니까요. 걱정이 100배가 됐네요? 하하.


-향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일단 내년 상반기 ‘고스트’ 막공까지 잘 마무리하고, 기회가 오면 좋은 작품에서 관객 분들을 만나 뵈어야죠. 대한민국 모두가 건강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분명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전 제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우리 모두의 약속을 지키며 무대에 서겠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뮤지컬 ‘고스트’도 파이팅!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