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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웹 뮤지컬②] ‘킬러파티’로 본 웹 뮤지컬, 독립 콘텐츠로서의 가치


입력 2020.12.04 02:00 수정 2020.12.03 20: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코로나 시대에 맞는 '자가격리' 제작 형식 신선

B급 코드로 웃음 잡고, 화려한 넘버에 호연까지

ⓒEMK엔터테인먼트

형식도, 내용도 가볍다. 분명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다. 웹 뮤지컬 ‘킬러파티’의 이야기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대와 잘 맞아떨어지는 제작 형식과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공감을 사고, B급 코드를 적용하면서 웃음까지 챙겼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인 숏폼 형태를 적용하면서 접근성까지 높였다.


지난 20일 케이블 채널 샌드박스플러스, 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 V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웹 뮤지컬 ‘킬러파티’는 ‘명랑 미스터리 자가격리’라는 타이틀처럼 살인사건 추리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고, 대부분의 장면을 배우 각자의 공간에서 5~6명의 최소의 스태프만 두고 촬영을 진행했다. 연습과 음악 녹음, 촬영, 편집까지 배우들이 한 곳에 모이지 않은 채 작품을 완성했다.


극은 양수리에서 작은 극장을 운영하는 연출가 정관장(양준모)이 새로 쓴 작품 ‘중기선 서커스 살인사건’에 출연할 배우들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호스트인 정관장을 필두로 극단 디자이너 윤채아, 무대감독 무대만, 주연을 꿈꾸는 배우 나조연, 배우의 재능은 없는 극장 식음료 담당 임우기, 임우기의 우상이자 환상 속 인물인 대배웅, 낮에는 약사 밤에는 배우로 변신하는 주인경, 잘 나가는 남자 주연 설인범, 그리고 정관장의 부인 도라혜가 한 공간에 있는 설정이다. 돌연 정관장이 목숨을 잃고, 교통순경인 신순경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킬러파티’는 다른 웹 콘텐츠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개성만점 용의자들의 변론과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 영상 콘텐츠이기에 가능한 허를 찌르는 장면들이 쉴 새 없는 웃음을 안긴다. 특히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뮤지컬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정관장 역의 양준모는 기존에 출연했던 작품 속 진중했던 모습과는 달리 능청스러운 연기를 뽐내는가 하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했고, 대형 뮤지컬에서 타이틀 롤을 도맡았던 신영숙은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 신순경으로 분해 극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며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인물로 활약한다.


ⓒEMK엔터테인먼트

매력적인 음색과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알리는 윤채아 역을 맡아 중독성 있는 넘버를 소하하면서 극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수다스러운 모습을, 무대만 역의 김종구는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는 등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엉뚱하면서 매력적인 도라혜 역을 연기한 리사는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다른 독특한 억양과 제스처로 반전매력을 준다.


또 나조연을 연기하는 함연지는 실제 발랄한 평소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고, 주인경 역의 김소향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매력을 부가시켰다. 특히 김소향과 설인범 역의 조형균은 코믹하고 섹시한 커플의 호흡을 자랑한다. 임우기 역의 에녹은 기존의 젠틀함을 벗고 연기변신을 시도했고, CG로 등장하는 대배웅 역의 배두훈의 가창력도 인상적이다. 특별 게스트로 등장하는 손준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퀄리티 높은 넘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에 참여한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가 만든 넘버는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누구나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멜로디도 좋지만 한국 정서에 맞게 번역된 가사까지 더해져 중독성 넘치는 넘버가 완성됐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도 있다. 뮤지컬 넘버가 삽입됐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기존의 웹 콘텐츠와 전혀 다른 장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킬러파티’의 설정상 비대면을 바탕으로 했는데, 다른 공간에서 촬영한 각 장면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코로나19로 무대가 위협받는 시대에 장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뮤지컬의 외연을 확장한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또 ‘킬러파티’는 웹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첫 시도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 얻은 반응들을 가능성으로 연결, 발전시킬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충분히 독립 콘텐츠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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