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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의 엔터리셋] 희극인을 왜 ‘외모’로 평가하나


입력 2020.11.29 07:00 수정 2020.11.28 18:1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SBS플러스

기꺼이 자신을 낮춰가며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이들이 있다. 희극인들이다. 이것을 분명 ‘좋은 개그’라고는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외모를 비하하며 웃기는 사람, 또 그 개그에 웃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2년 전 KBS2 ‘대화의 희열’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희극인 김숙을 게스트로 초대했는데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희극인으로서 자신이 했던 개그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대목이었다. 김숙은 “내가 어리석었다”고 표현했다. 그 역시도 과거 자신의 외모를 낮추면서 웃음을 주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 개그에 대중들이 웃었으니까.


이 방송을 계기로 희극인 김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여성 희극인의 외모를 소재로 한 개그는 사실 지금까지도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이런 걸 보면 가장 트렌디하지만,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곳이 방송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김숙과 같은 희극인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무조건 희극인들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희극인들 사이에서 못생긴 얼굴을 표현할 때 흔히 ‘복 받은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가만히 있어도 웃긴 얼굴이란 의미에서다. 그러나 스스로가 낮춘 외모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는 건 그들에게 당연히 상처를 입힌다. 실제로 수많은 희극인들이 방송을 통해 외모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박지선 역시 생전 외모 악플에 시달렸고, 그의 아버지가 딸의 외모를 비하한 한 네티즌에게 직접 답한 것이 뒤늦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 최근 개그우먼 이세영은 지나친 악플에 성형수술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얼굴 평가에 대한 건 여전히 똑같다. ‘살 빼도 똑같다’ ‘화장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똑같이 못생겼네’라고 하는데 ‘못생겼다’는 말이 별거 아닌 단어인데 너무 듣기 싫다.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상처가 된다”고 토로했다.


또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표현인데 눈이 ‘10시 10분’이라고 하더라. 이 말에 웃으면서도 상처를 받는다. 또 ‘여자인 척하지 마라’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길래 저렇게까지 생겼지’라는 악플도 있다. 일반적으로 안 들어도 되는 소리인데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듣게 된다”며 “아무래도 희극인으로서 재밌는 분장 많이 하지 않냐. 사람들 웃는 거 보면 즐거운데 자격지심이 있는 거 같다”고 고백했다.


일부 네티즌은 악플을 보내면서 ‘스스로도 자신의 외모를 깎아 먹는데, 외모를 평가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이들의 이들이 외모 개그를 하는 건 개그의 소재로 사용할 뿐이지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함은 아니다. 희극인들 역시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가 아닌, 건강한 웃음을 주기 위한 소재를 찾는 것이 희극인의 과제인 것처럼, 네티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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