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세수급 191.1p, 지난해 대비 28.5%↑
“전세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 전환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전세품귀현상이 계속되면서 전세가격지수가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선 극심한 전세난이 집값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p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월 193.7p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며, 지난해 10월(148.7p)보다도 28.5%나 높아진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 수급이 균형 상태일 때는 100, 최대값은 200이다. 전세 공급 부족 지수가 이미 190p를 넘어섰고, 조만간 최대값인 200p에도 도달할 기세다.
지역별 전세수급지수를 살펴보면 대구가 197.1p로 가장 높았으며 광주 196.1p, 경기 195.7p, 인천 194.1p, 서울 191.8p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세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올해 10월 기준)은 지난해 10월 대비 20.6%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대전 20.5%, 서울시 17.2%, 울산시 16.2%, 충남 9.0% 순으로 올랐다.
문제는 폭등한 전셋값이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품귀 현상으로 전세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은 노원과 중랑, 구로 등 외곽지역이 오름세를 주도했고, 경기도는 비규제지역인 김포(김포한강 신도시)와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안양(평촌 신도시)이 상승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본 결과, 김포 풍무동에 ‘풍무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7억59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지난 6월 최고가가 5억55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4개월 동안 무려 2억원 가량(36.8%)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경기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까지 아파트 매수에 가담하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집주인들마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드리면서 거래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 연구원은 “세부담과 거주요건 강화 등 부동산 규제와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거래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집값 상승폭이 더 확대될 경우 추가 상승에 대한 조바심으로 시장을 관망하던 내 집 마련 수요까지 자극할 수 있어 주택시장에 불안요인이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