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 끌어당긴 행동 파장 의식한 듯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표정 굳어
거친 세리머니와 포효 자제하고 실력만으로 코트 달궈...팀 개막 7연승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채 코트에 들어선 김연경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김연경은 15일 김천체육관서 펼쳐진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9득점을 폭발하며 세트스코어 3-1(15-25, 25-22, 25-18, 25-22)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의 마지막 득점으로 승리를 따낸 흥국생명은 V리그 최초로 개막 7연승에 성공했다.
지난달 3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펼친 팀이라 흥국생명으로서도 부담은 있었다. 게다가 최근 김연경을 둘러싼 비매너 논란이 불거지면서 팀 분위기도 마냥 밝을 수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비매너 논란의 발단은 챔피언결정전급의 접전을 펼쳤던 지난 11일 GS칼텍스전.
김연경은 2세트에서 김유리 블로킹에 공격이 막히자 코트 바닥에 공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GS칼텍스와의 경기가 라이벌전 구도가 되어가면서 김연경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5세트 14-14에서는 권민지 손에 맞고 떨어진 공을 걷어내지 못하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네트를 잡고 끌어내렸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주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주심은 김연경에게 경고를 내리지 않았다. 경기 후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심판이) 어떤 식으로든 경고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등 다른팀 감독들도 “(경고 조치 등을 떠나)자제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연경도 과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이튿날 한국배구연맹(KOVO)은 “주심이었던 강주희 심판이 11일 경기 도중 김연경이 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며 “연맹 징계 및 제재금 부과 기준(심판 및 전문위원) 제1조 6항에 의거해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인 김연경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 속에 김연경은 한국도로공사전에 출전했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밝은 표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은 “팀 분위기는 좋다”며 비매너 논란 여파가 없다고 말했지만 김연경은 분명 이전의 모습과 달랐다.
후배들을 이끄는데 더 집중했지만 1득점(공격성공률 14.29%)에 그친 것은 의아했다. 6연승 질주를 하던 흥국생명도 최근 3연패에 빠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세트를 내줬다. 어깨 부상으로 빠진 루시아의 공백도 느껴졌다. 흥국생명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기우였다. 김연경은 김연경이었다. 2세트 들어서 10득점을 뽑으며 흥국생명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전과 같이 거친 포효나 큰 세리머니는 없었지만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김연경 공격에 켈시-박정아로 맞섰던 한국도로공사는 고전했다.
3세트에도 김연경이 7득점 활약하자 이재영도 살아나며 8득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를 2-1로 뒤집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뒤 맞이한 4세트에서는 12-12 팽팽하게 맞섰다. 이때 흥국생명에 리드를 안긴 선수는 역시 김연경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노련한 오픈 공격과 블로킹으로 14-12로 앞서갔다. 한국도로공사도 탄탄한 수비로 18-18 동점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김연경을 막지 못했다. 김연경은 시간차 공격과 재치 있는 플레이로 23-21 리드를 안겼고, 매치포인트까지 책임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김연경은 김연경답게 화끈한 공격과 높은 배구지능을 앞세운 득점을 올렸다. 이전보다 다소 절제된 모습이었지만 김연경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실력만으로도 흥국생명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