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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밖에서 짖는 외로운 맹견 홍준표의 독설


입력 2020.11.03 08:30 수정 2020.11.03 08:18        데스크 (desk@dailian.co.kr)

보수 야당의 분발 촉구 아닌 개인적 불만 표출 도 넘어

극단 보수의 길로 가려 하지 말고 소인배 자세 버려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엊그제 무소속 국회의원 홍준표가 한 보수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토로한 생각과 주장은 그가 주류 세계에서 빠르게, 스스로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매체는 제1 보수 야당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에 대해, 가장 직설적으로 독기 넘친 어조로 퍼부을 사람의 악담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인터뷰를 실은 뒤 그 내용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던 듯하다.


이날 인터넷 판에서 처음에 톱으로 올렸다가 시간이 갈수록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더니 급기야 사라져 버렸다. 국민의힘 쪽 또는 열렬 보수 지지자들의 항의가 있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시간으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 인터뷰를 다시 찾아보려고 하니 어디에도 없고 대신 김종인과 국민의힘 당에 긍정적인 기사들이 몇 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홍준표는 이 인터뷰에서 “웬만하면 참고 기다리려고 했다”고 운을 뗀 뒤 자신의 단골 용어인 민주당 2중대 론을 또 폈다. 이번에는 그 톤이 훨씬 더 강하고 급기야 “당이 김종인을 퇴진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웬만하면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어쩌면 않는) 스타일이며 그 감정과 주장이 전체를 생각하는 쪽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손해에 의해 비롯되는 사적인 종류와 정도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말을 입 밖으로 바로 쏘아 버리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공격하고 매도만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좌파를 비판하고 보수우파를 응원하는 사람들로서는 현재의 야당이 최선은 아니지만,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하고 있고, 의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에 대항할 수 있는 힘도 많지 않다’는 정도로 그 역할과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가 김종인의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다 내주고, 맹탕 국정감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내주고, 경제 3법 내주고 했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내주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홍준표는 자신의 답을 제시해야만 한다. 국회 내에서 드러눕고 광화문 광장에서 군중집회라도 하라는 말인가? 극단적인 보수 노선과 행동은 더 이상 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가 정말 모르진 않을 텐데...그의 대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종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필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비판이나 찬사를 보낼 만큼 시간도 충분히 지나지 않았거니와 그의 공(功)이나 과(過)라고 볼 이슈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잘하기를 바라고 적어도 잘못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하겠다. 영어로 말하면 Doubt of Benefit(의심의 혜택, 의심은 가지만 일단 믿어 주기)을 주고 싶은 쪽이다. 아마도 나라를 걱정하고 보수 야당이 제몫을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지 않을까 한다.


당외의 홍준표와 함께 당내에서 김종인에 대한 비판을 신랄하게 해 왔던 3선의원 장제원은 홍과는 다른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신중한, 무엇보다 사적 감정이 아닌 공적 태도를 보여 보수 지지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그는 SNS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 내년 4월 7일까지 임기를 보장했다면 잘못하는 것은 비판하고 잘하는 것은 격려하면서, 비대위가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성숙한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고 김종인 비난과 끌어내리기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이 말로 보면 그의 그동안의 김종인 비판은 이념적 저울을 왼쪽으로 너무 급격히 기울이려 시도하는 데 대한 걱정과 반대 의견을 전하고 싶었던 소신이었던 듯하다.


홍준표의 인터뷰 기사 중에 그의 진면목을 보인 발언은 검찰총장 윤석열에 관한 언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주구 노릇 하면서 우리를 그렇게도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리고 오지 못해 안달하는 정당”이라고 한 그의 독설에 수긍할 보수 지지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윤석열의 정계 진출 의사로 해석될 수도 있는 답변 후에 국민의힘에서 그것을 환영하거나 적극 지지하며 입당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낸 의원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종인이나 원내대표 주호영이 우회적 표현으로, 개인적 의견 또는 당내 사정으로 인해, 그를 반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홍준표 자신이 윤석열의 대선 참여에 반대하고, 대권 도전 재수를 할 계획인 자기에게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으로 봐서 그것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국민의힘이 영입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윤석열에 대한 그의 의중과 표현이 너무 거칠고 소인배스러웠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리얼미터,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76명을 대상으로 실시) 결과에서 17.2% 지지율을 기록, 보수우파 쪽에서는 (그는 사실 간부 검사로서의 이력으로는 우파 성향도 좌파 성향도 아니지만, 현 집권 세력과 갈등하고 있는 점에서 그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보수우파 진영 선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의 인기를 보이는 주자로 발돋움했다. 따라서 윤석열은 이미 홍준표 같은 1~5%대 지지율의 기존 보수우파 후보군의 존재감을 저 밑으로 떨어뜨리며 높이 떠오르고 있는, 명실 공히 새 희망이요 새 스타이다.


그런 사람에게 그렇게 평가절하하고 폄훼하는 말을 했으니 구경꾼 입장에서는 링 밖에서 짖는 독설과 같이 들리는 것이다. 홍준표는 한때 자신이 비판한 논객 진중권으로부터 똥개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는데, 필자는 그의 ‘모래시계 검사’로서의 명성과 다 죽었던 보수 야당의 재건을 위해 애쓴 노력을 존중해 여전히 맹견(猛犬)으로 불러 주고자 한다. 그러나 외로운 맹견이고 잘못하면 대선 재수를 노렸으나 후보 경선에도 못 나가고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조로견(早老犬)이 될 수도 있다.


직설과 독설은 아무리 그것이 진실하고 정직한 것이라 하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법이다. 언론인도 아니고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것을 잘 알고 자제해야만 한다. 자신에게 왜 ‘홍트럼프’란 별명이 붙게 됐는지를 그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지난날 보수 야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탄핵 후 공동화(空洞化) 되어 버린 이 당의 인물 가뭄 덕이 컸지 그 자신의 덕과 능력이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탄핵 후 10%대로 지지도가 추락한, 궤멸된 정당을 자신의 지도력으로 복구했다고 자랑하지만, 그것은 원래 있던 (어디로 갈 곳이 없는) 보수 지지표가 잠시 망연자실해 있다 돌아온 것뿐이다.


홍준표는 김종인 체제 하에서는, 그리고 아마도 그 이후에도, 국민의힘 복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너무 멀리 건너고 있다.


그러므로 내일모레면 67세인 홍준표는 외로운 맹견으로서의 짖어대기를 이제 그만 그치고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정치 인생을 어떻게 마감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바란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있는 그의 현실이고 미래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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