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보다 문재인의 연평도 47시간이 더 엄중
세월호-안전불감증과 판단착오 참사, 연평도-월북 프레임...사실상 고의
“그분이 떠내려가거나 혹은 월북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인가?”
집권 민주당 중진 의원 우상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의 구(句, 글귀)들을 하나하나 따져 보자.
떠내려가거나 혹은 월북했거나... 한 사람의 국민, 그것도 공무원이 실종됐고, 그 사실을 관계 당국이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신문 보고 안 것처럼 이런 식으로 말을 해도 되는가?
거기서 피살된 일... 이 일은 그 공무원이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고 소각된 충격적인 대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권과 정부가 미처 신경 쓸 경황이 없었던 사소한 일처럼 말했다.
어떻게 정권의 책임인가?... 아니, 이것이 정권의 책임이 아니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여기에서 책임이란 말은 법적 책임만은 아니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란 의미가 더 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없어지거나 위협 받는 일이 일어났을 때 정권과 정부는 당연히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를 하는 자세를 가져야 마땅하다. 하다못해 말로만이라도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고 통치다. 그런데... 뭣이라고? 그것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이냐고?
학생운동 전력으로 4선 고지에까지 이른 우상호의 이런 생각과 자세는 문재인 정권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고, 국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내 준다. 자기들이 하는 건 모두 옳고 털끝만큼도 비판 받을 일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말한다. 잘못은 죄다 보수 정당 국민의힘이나 보수 단체들이 한다는 식이다.
친문 개인들은 내로남불이요 문재인 정권은 문로박불이라는, 뻔뻔스러움과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름)와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듦)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문재인이 하는 건 로맨스지만, 박근혜가 한 건 불륜이라는 궤변과 강변을 얼굴 색 하나 안 바꾸고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친문은 물론 진보좌파 지지 다수 국민들도 이런 생각과 자세에 동의한다는 게 대한민국 정치 양극화의 절망적 모습이다.
세월호 사고는 언젠가 그 원인과 배경이 진실 그대로 고쳐져 역사에 기록되어야만 할 텐데, 규제 완화로 인한 노후 선박 수입 운영, 사주 일가의 부도덕한 경영과 선사의 부실한 선박 관리 및 안전교육, 선장과 항해사의 판단 착오와 늑장 대응,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대처 실패 등에 의한 안전불감증 해상 참사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비정치적인 관점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박근혜가 사고 발생 후 7시간 동안 머리를 했다느니 미용 시술을 받았다느니 하는 건 그녀와 정부가 꽃다운 학생들 약 300명을 수장케 한 죄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정권을 뒤집어 엎기 위해 주장하고 의혹으로 제기한 공세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대형사고 시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 재난 행정 시스템은 이런 상황에서 가동되게 돼 있다. 대통령이 전남 진도 맹골수도로 전용 비행기와 헬기를 타고 내려가 구명조끼 입고 구조 작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시 진보좌파와 이에 동조한 국민들의 박근혜 공격은 사실상 그녀가 수영을 해서 학생들을 살려내지 못했다고 아우성 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최순실 사건으로 탄핵이 됐지만, 이 세월호 때 이미 멍이 들대로 멍이 들어 그로기 상태였다. 그렇게 넋이 나가 있던 상태에서 국정농단 폭로 결정타를 맞고 녹다운되고 말았던 것이다.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은 실종 발생에서 사살-소각에 이은 사후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와는 크게 다른 점들이 있다.
문재인이 잠자느라 사건 보고를 제때 받지 못하고 실종 공무원 구출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47시간(또는 32시간)이 박근혜가 잠을 잔 7시간보다 더 엄중하긴 하지만, 박근혜처럼 문재인에게도 직접적인 구조 지시나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본다. 군과 해경이 시스템과 의지에 의해 움직여서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했었다. 그러나 그 시스템과 의지가 문재인과 집권 세력의 간접적 방해에 의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면 정권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간접적 방해란 문재인과 집권 세력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무모하게 작업해 온 평화 드라이브 등에 의한 대북 스탠스가 접적 지역에서 군경의 생각과 행동에 미친 영향을 말한다. 비핵화 주장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리고 오직 북한과의 긴장을 풀고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자세를 취하도록 문 정권은 견인해 왔던 것이다.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은 바로 군이 5~6시간 동안 그가 표류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북한이 하는 짓을 구경만 한 결과이다.
문재인은 사건이 발생한 날 전후부터 사망자 아들의 분노와 절규의 편지가 전달된 며칠 후까지도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그 아들의 편지에 ‘나도 마음 아프다’는, 아픔이 전혀 배어 있지 않은, 소위 ‘영혼 없는’ 응답을 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런 대통령의 눈치뿐 아니라 북한의 눈치도 보느라 바쁜 군과 해경은 피격 공무원의 월북 프레임 짜기에 처음부터 바빴다. 그 동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형과 아들이 그의 수영 실력 등을 근거로 월북 주장에 강하게 의문을 보이고, 동료 어업지도 공무원 15명 중 13명이 사망자의 평소 행동과 조류 등을 감안할 때 월북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진술을 했음에도 실종자의 평소 도박 등에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집중 질문한 해경은 동료들의 말들을 묵살, 월북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중대한 은폐 범죄 행위이다. 해경이 처음에 월북 정황으로 제시했던, 실종자가 벗어 놓은 것이라고 한 슬리퍼도 동료들 말에 의해 본인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바뀌었고, 청장이 국회에서 휴대폰을 인위적으로 끈 것으로 보아 월북이 확실하다고 했으나 인위적으로 끄거나 자동으로 꺼지거나 흔적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모든 정황을 월북으로 몰아가려 한 당국의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사실상 고의에 의한 타살 방조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이랬다면 아마도 그런 보도가 나온 다음날부터 광화문에 촛불 수십만 개가 켜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는 코로나라는 엄청난 우군이 옆에 붙어서 결사 호위, 광화문에 사람은 없고 차벽만 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돼 있다. 월북 프레임으로 위기 모면에 성공해 어둠 속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집권 세력, 그의 ‘똘마니’들은 그 때가 되면 국회 등 국가 기관 아닌 집에서 혹은 감방에서 그 ‘진실’을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