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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연좌제 유예?...“본질 흐리기” 동학개미 더 부글부글


입력 2020.10.06 05:00 수정 2020.10.06 12:45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신용융자 잔고 지난달 17조9023억원 최고점서 16조원대까지 추락

“증시 하락 불안, 일시 투매로 패닉장 올 것...주식 손바뀜도 부채질”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확대를 두고 기획재정부가 보완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빠져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내년 대주주 요건 완화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획재정부가 제도 개선 방안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기재부가 3억원이라는 금액 요건은 유지하고 직계존비속 보유분까지 합산해 과세하는 규정만 완화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세금 회피용 매도 폭탄에 따른 증시 급락을 우려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주식 ‘손바뀜’으로 인해 주권행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8일 기준 16조647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인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17일 17조9023억원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한도에 이른 신용공여를 중단하는 등 투자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이날 16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말 대주주 요건 완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 잔고 하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당국의 신용대출 관리 강화 추진과 연말 대주주 요건 완화가 신용공여 잔고의 추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지난 8월 18일~25일에 이어 이번에 재차 잔고 하락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랠리 종료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은 매년 연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 기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액만 3조8275억원으로 7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부터는 기준이 종목당 3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아져 강도가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낼 경우 더 큰 파장이 우려된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2거래일 연속(지난달 28~29일) 2조6692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증시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보유액 기준은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내년 3억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22~33%·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3억원은 본인뿐 아니라 조·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현대판 연좌제”라고 비판하고 여당까지 개정안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자 주무부처인 기재부에서도 보완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재부가 금액 조정은 하지 않고 대주주를 가려내는 합산 대상을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증폭됐다. 투자자들은 기재부가 정작 중요한 대주주 문제는 빼놓은 채 가족합산 규정 완화로 양보하는 입장을 보이며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기재부는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하는 큰 틀에서 10억원 유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만약 3억원을 강행한다면 작년 대비 70%나 하향된 대주주 요건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큰 폭의 하락장이 찾아올 텐데, 3억 이상 보유자는 물론이고 소액 투자자도 미리 팔았다가 싼 가격에 다시 사는 경우가 많아 일시에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기관의 경우 지난 9월, 하락에 베팅해 인버스를 2500억원이나 매수했던 것처럼 또다시 이러한 전략을 취해 올 연말 패닉장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10억원을 유지했을 때 곤란한 주체는 공매도 세력 밖에는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합산대상만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여론을 간보는 수준으로, 기재부와 여당이 민심을 살펴 동학개미를 내쫒는 오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실물 경제로 자금이 흘러들어 국가·국민·경제에 모두 득이 되는 선순환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 게시된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21만6844명이 참여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이미 여당에서도 동학개미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이번 양도세 부과 기준 적용 시점을 내후년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소액주주의 주권활동 약화 등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급증하며 기본적으로 매매 차익에만 집중하며 주식을 단기간 보유하는 경우도 늘어나 주주총회 활성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액주주들이 이번 연말 주식을 대거 매도하게 되면 상장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 장치 기능이 더욱 희석되는 것”이라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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