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앨범 '목화밭' 8월 4일 발매
권영욱(기타·보컬), 이연우(드럼), 정의택(베이스)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코튼스틱의 음악은 ‘심플’하다.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고, 거창한 포장 없이 간결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풍긴다. 때문에 그들의 음악에는 항상 ‘공간감’이 있다. 그들이 선 공간이 주는 여운까지도 음악이 된다.
지난 4일 발매한 정규 1집 ‘목화밭’도 이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코튼스틱의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줬던 싱글 ‘이방인’과 ‘겨울이끼’ 등의 기존 곡은 물론, 타이틀곡 ‘터널’을 비롯한 ‘있을까’ ‘그냥아파트’ ‘스노우’(Snow) ‘불러줘요’ ‘금자씨’ ‘라디오’(radio) 등 총 10곡으로 꽉 채워냈다.
- 지금의 3인 밴드 코튼스틱이 되기까지 멤버 변화 등이 있었죠.
과거 권영욱의 친형이자 함께 활동했던 권기욱과 오래 묵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밴드를 함께 하려니 첫 합주 때부터 부딪히게 됐고, 몇 달 가지 않아 권기욱이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보컬도 조심스럽게 물색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기타를 연주하던 권영욱이 보컬까지 맡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3인조 밴드가 된 거죠. 이후엔 밴드의 평온기가 오면서 나름 만족을 느끼며 특별히 힘든 것 없이 밴드를 이어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 권기욱과는 현재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어요. 공연도 자주 보러 오고 술도 함께 마시고요(웃음).
- 권영욱 씨가 보컬까지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권기욱이 팀을 나가고도 한동안은 새로운 보컬을 구하려고 잠깐 시간을 할애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3인조 밴드에 로망이 있었던 정의택이 권영욱에게 쉽진 않겠지만 보컬을 함께 맡아보는게 어떻게냐며 제안했고 이연우 역시 권영욱의 음색이나 노래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던 터라 밴드간 상의 끝에 3인조로 변경하자고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곡의 이해나 해석부분에 있어 권영욱이 직접 보컬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과 과거 타바코쥬스 때 백보컬 비중이 큰 라이브를 많이 소화했었기 때문에 의심 없이 쉽게 동의했던 것 같습니다.
- ‘코튼스틱’이라는 밴드명은 어떤 의미죠?
좀 멋지게 포장을 하고 싶은데 아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과거 멤버 정의택의 별명이 ‘면봉’이었거든요. 면봉을 콩글리시 느낌으로 바꿔 ‘코튼스틱’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는데 어감이나 코튼(면화)이라는 말에서 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아 약간은 우스갯소리로 새로운 밴드명으로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멤버들도 흔쾌히 동의를 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우리의 음악으로 대중들의 귀를 시원하게(면봉으로 귀를 파듯이) 하자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 새로운 이름으로 2018년 새 출발을 했던 때의 마음가짐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사실 2012~2014년에 활동했던 개인버스(권기욱, 권영욱, 이연우, 정의택)가 코튼스틱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의 3년의 활동 동안 음원발매가 없었습니다. 음원 또는 정규음반 발매 없이 활동하는 것이 대중들에게 저희를 알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어요. 그래서 코튼스틱으로 시작할 땐 음원 발매를 우선적으로 목표를 두고 작업을 하였고 대략 10개월 만에 4곡의 싱글을 발매해 저희의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알게 모르게 저희 팬들도 생기고 여러 피드백이 오기 시작하니 정규음반 제작에 대한 갈망이 크게 나타났고 빨리 정규음반을 제작하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 나아갔어요.
- 이번 정규1집을 내기까지 약 2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싱글을 발매했지만 무명에 가까운 밴드이다 보니 생계를 이어 나아가는 수단이 당연히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밴드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생활이나 아르바이트, 레슨 등 밴드 이외의 음악 활동을 하죠. 평일에는 돈 버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다보니 멤버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로 제한적이었고 녹음을 시작하고 나서도 주말에만 녹음이 가능하니 진행이 더디게 이어졌어요. 2018년 10월에 첫 싱글을 발매하고 2019년 초여름에 정규음반 첫 녹음을 시작하였으니 저희 나름대로는 서둘러 정규 음반을 준비한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규1집 ‘목화밭’은 어떻게 탄생할 앨범인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에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버스 때부터 느껴온 정규앨범의 중요성, 첫 싱글 발매를 통한 왕성한 밴드 활동의 지속성을 위함이었죠.
- 타이틀곡인 ‘터널’의 곡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 1집 앨범 ‘목화밭’의 첫 번째 트랙이자 이번 앨범의 주타이틀곡인 ‘터널’은 이 시대를 살며 지겹게 억눌렀던 자신을 해방해보고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곡이에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가보자 생각한 주인공이 버스가 터널로 들어갔을 때 현실도피가 되었다가 밝은 출구를 보았을 때 지금현실을 다시 마주한다는 내용으로 ‘도망자’가 아닌 자기 삶의 ‘개척자’가 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에 ‘처음 보는 낯선 내 모습이 너를 증오해’라는 말은 버스에 올라앉아서 유리창에 비친 자기모습을 보고 도망자라는 생각에 자기 자신을 증오하다 문득 다시 창을 다시 보았을 때 자기 자신이 불쌍하여 자길 안아주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코튼스틱이라는 밴드가 지금의 형태로 갖춰지기까지, 긴 터널을 지나온 이야기를 담은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 드네요. ‘터널’이라는 타이틀곡 자체보다는 우리가 아직까지 한국에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정규1집을 발매하고 우리의 존재를 대중에 알리고 있다는 것이 저희에게 큰 위로가 되고 또 활동의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뮤직비디오의 따뜻하고 섬세한 느낌도 인상적입니다.
뮤직비디오는 ‘터널’의 음원이 나왔을 때 신뢰와 기대감을 갖고 타바코쥬스 드러머였던 백승화 감독에게 보내서 전적으로 제작을 맡겼습니다. 애니메이션 형식, 눈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뮤직비디오 초안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터널’이라는 곡이 드라이한 느낌이 강했던 곡이었는데 좀 더 따뜻한 느낌의 옷이 입혀질 것 같은 기대가 있었고,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 약간 미완이었던 이 곡의 스토리가 더욱 탄탄하게 완성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터널을 작업하며 가졌던 자기 연민이나, 갈등, 실망, 사랑, 현실에 직면하는 용기까지 너무 잘, 아니 그 이상의 의도가 잘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 앞서 발매했던 ‘이방인’이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이번 앨범에 다시 실리게 돼 반가움이 컸습니다. ‘이방인’은 물론 ‘겨울이끼’ 등 기존 곡들을 다시 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방인’을 좋아하신다고요? 감사합니다. 하하. 정규음원을 준비한 곡 수가 8곡이었지만 이왕이면 10곡 채워서 1집을 발매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곡들도 한 곡 한 곡 모두 소중한 곡이지만, ‘이방인’과 ‘겨울이끼’는 코튼스틱이라는 밴드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곡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1집에 다시 한 번 담게 되었습니다.
- 이전에 발매했을 때와, 지금의 앨범에 새롭게 담아내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이번 정규앨범에 담기면서 조금 부드럽게 바뀌었습니다. 다시 녹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규앨범 작업 곡들의 음원이 전반적으로 조금 부드러워져서 싱글앨범 음원 그대로를 넣기엔 워낙 날 것의 느낌이고 투박한 느낌도 도드라져서 부드럽게 밸런스를 맞춰야 했었습니다. 싱글앨범 발매 이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운드가 알게 모르게 좀 더 조화로워졌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 또 기존에 만들었던 곡들을 재편곡해 담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금자씨’는 개인버스 활동 당시에도 멤버들이 너무나 애정하는 곡이었기 때문에 음원으로 꼭 내고 싶어 해서 만장일치로 다시 녹음하게 되었고요. ‘Radio’는 백승화 감독이 가사를 써주었고 평소 공연에서도 마지막 곡으로 자주 들려드렸었습니다. 게다가 두곡 모두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곡일 것 같아 앨범에 담게 되었습니다.
- 열 개의 곡으로 꽉 채운 만큼, 멤버들 각자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도 다를 것 같습니다.
권영욱: ‘금자씨’요. ‘금자씨’라고 하면 대부분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시는데 그건 아니고요. 저의 어머니 성함이에요. 김금자. 이 노래를 만든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때에는 가족들이랑 많은 교류가 있었어요. 특히 형(권기욱)도 결혼해서 조카가 생기고 그때의 따뜻했던 느낌이 아직 생생합니다. 당시 저희 어머니를 모시고 사셨던 형수님께서 조카를 돌봐주시던 시어머니의 모습을 조카의 시점과 본인의 감정으로 작사해주셔서 이 곡의 완성에 힘을 더해주셨어요. 친형의 목소리와 형수님의 글로 아주 의미가 깊었던 이 곡은 형이 탈퇴한 후 저희 셋만의 노래로 재탄생하기까지 많이 좌절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대로 보낼 수 없는 곡이라는 것을 멤버들도 알았기에 지금의 ‘금자씨’로 탄생시켰죠. 열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사랑받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연우: ‘스노우’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개인적으로 그리운 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사를 쓴 노래라 마음이 더 가고 녹음할 때 느낌이 남달랐어요. 마음이 많이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오빠들도 같은 마음을 갖고 녹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엄청 뭉클했고 고마웠죠. 처음 다 녹음된 믹싱 전의 음원을 들었을 때 맘이 제일 울컥 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행복하고 너무 좋아 사진을 찍었던 순간이 있을 텐데, 저에겐 이 노래가 그 행복한 기억을 담은 사진이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노래에요.
정의택: ‘있을까’는 ‘목화밭’ 앨범 중에 베이스가 전면에 드러나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느낌을 가장 많이 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코튼스틱 이전에는 밴드 내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적이 많았어요. ‘있을까’를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멤버들은 베이스가 온전히 드러나길 원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끌어 주어서 다른 곡들에 비해 베이스의 존재감이 가장 강한 곡이 된 것 같아 애착이 갑니다.
- 앨범 작업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주중에는 진도를 빼지 못하고 주말에만 작업을 하니 다소 시간이 지체됐던 점과 정의택 딸의 탄생으로 육아와 일, 밴드활동 병행에서 오는 고됨, 예상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멤버들의 수입이 불안정해지면서 겪었던 생활고 등등…. 그리고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이들 그렇겠지만 앨범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창궐한 이 시기에 과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앨범 발매시기를 늦춰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등으로 힘든 시간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1차 초안 녹음 후 유통사 컨택이 되지 않아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싱글앨범에 이어 미러볼뮤직에서 저희 음악을 알아봐주셔서 앨범의 유통을 맡아주셨어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정규앨범이 발매되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활동해야겠죠. 그동안 정기적으로 연주했던 클럽에서는 크게 변함없이 연주할 계획이고요. 9월 26일에는 망원동 클럽 샤프에서 음반 발매 기념공연을 합니다(타바코쥬스가 게스트로 참여합니다. 저희를 위해 특별히 뭉쳐 주었어요). 기존에는 밴드 홍보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홍보도 더욱 전략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애정을 갖고 모니터링해주시고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과 함께 고민해가며 차근히 활동을 확장해 갈 생각이고, 여러 가지 공연지원 사업에도 눈여겨볼 계획입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체감은 더할 것 같은데요.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무척 고민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이미 몇 개월째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공연을 못하거나 잠시 폐쇄해야했던 가슴 아픈 상황을 보아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감사하게도 유튜브 실시간 비대면 공연이나 최소 인원만을 초대하는 청음회 등 다소 아쉽지만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음악을 공감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 밴드 코튼스틱이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성이 있다면요?
거창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정직한 멜로디, 가급적 기교 없는 공간이 주는 여운, 드라이한 사운드에서 나오는 빈티지함 등이요. 여러 장르를 고루 섭렵하며 그것들을 코튼스틱만의 색깔로 만드는 것입니다. 음악적 방향성이라고 한다면 음악적 구성에서 단순한 클리셰를 갖추었지만 곡을 끝까지 들었을 때의 감동과 여운이 남는 음악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코튼스틱으로서 공동의 목표도 들려주세요.
공동의 목표라고 한다면 평생 음악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음반을 내면서 한국 음악 역사에 한 부분이나마 의미 있는 행보를 남기고 싶은 것입니다. 욕심을 보태어 이야기하자면 잠깐 스치는 음악이 아닌 명반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호흡이 긴 앨범을 만들고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도 오래 기억되는 그런 밴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