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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㉑] 싱어송라이터 eunoo, 있는 그대로의 음악들


입력 2020.08.12 13:40 수정 2020.08.18 10:3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다섯 번째 싱글 '러브 원더러' 8월 1일 발매

ⓒehue__film

싱어송라이터 eunoo(정은우)는 중학교 시절 “재능이 없다”는 보컬 선생님의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그의 음악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조금 지질하고 소심한 성격까지도 가감 없이 음악에 담아내고, 템포도 너무 느리거나 빠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거릴 수 있는 음악이 eunoo의 매력이다.


지난 1일 발매한 다섯 번째 싱글 앨범 ‘러브 원더러’(love wonderer)도 그의 솔직한 감정을 듣기 좋은 멜로디와 리듬에 담아냈다. 그는 스스로를 “무색의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그래서 앞으로 그가 어떤 색들의 음악으로 대중을 찾을지 더 기대가 된다.


- 어떻게 데뷔하게 됐나요?


다양한 상황들을 버티고 이겨내야 했던 긴 시간 속에서 제 음악을 찾느라 남들보다 조금 더 먼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중학교 3학년 때 엠넷 ‘슈퍼스타K 시즌1’에 출연한 직후 3개의 소속사에서 10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힘들었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기간이지만, 잘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소속사와 중재가 끝나던 날에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고집 부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시간을 상처로 남기기보단 한 발자국 더 나아가보고 싶었거든요. 그 생각이 혼자 힘으로 데뷔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줬어요.


- 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슬럼프가 꽤 길게 왔었어요. 21살 때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일찍 시작했지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에 무력감, 패배감, 공허함 등이 1년 반 정도를 따라다닌 것 같아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음악이 맞나”에 대한 답을 쉽게 할 수 없었던 때에요. 그 마음으로 오랫동안 정체해있었던 것 같아요.


- 지금은 극복이 된 건가요?


네! 저를 온전히 놓아주는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극복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슬럼프가 오면 스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반복적으로 강요하게 돼요. 저는 도저히 머릿속에 떠다니는 질문들과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럴 때 저 자신에게 그 대답을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 상황에서 조금은 도망쳐도 된다고 해줬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침착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이 분명히 오는 것 같아요. 그때까지 자신을 놓아주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eunoo

- 지난 1일 발매한 새 앨범 ‘러브 원더러’의 타이틀곡 ‘러브’(LOVE)는 어떤 곡인가요.


‘러브’는 제가 느낀 ‘사랑’은 무엇인가 대해서 노래하는 잔잔한 알앤비 음악입니다. 어느 악기 하나 튀지 않게 편안한 비트와 사운드로 채웠어요. 저의 또 다른 색을 보여주는 곡인 것 같아요.


-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에 읽은 동화책의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들이 본인한테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저는 세상이 나에게만 시련을 주는 것 같아 너무너무 미웠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세상에 행복이나 사랑 같은 건 없다며 화가 나다가도 금세 행복을 느끼는 게 인간인 것 같아요. 전 단순하게도 엄청 맛있는 디저트나 길을 걷다가 본 귀여운 고양이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어요. 그 순간에 이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곡을 쓰고 싶었어요. 사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고 제 노래로 꼭 남기고 싶었어요.


- 이번 앨범의 편곡은 구름, 백예린 등과 함께 작업했던 싱어송라이터 연수 씨와 호흡을 맞췄다고요.


이번 앨범은 기존과 다른 편곡자를 만나게 돼서 변화를 시도하게 된 경우에요. 감사하게도 연수 오빠와 우연히 인연이 닿았다가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편곡작업을 같이 하게 됐죠. 사실 처음에는 ‘eunoo’의 음악에 어느 정도 색이 칠해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저는 늘 다양한 색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주저 없이 변화를 주었습니다.


- 호흡은 잘 맞았나요?


첫 편곡 버전을 보내주셨을 때가 생각이 나요. 듣자마자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애초에 연수 오빠와는 서로 좋은 노래들을 공유할 때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와 음악이 비슷했어요. 그래서 편곡에 대한 피드백이 오갈 때도 서로 의견충돌 한 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사실 ‘LOVE’의 데모로 만들어놨던 버전은 템포가 좀 더 빠르고 통통 튀는 편곡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느낀 ‘행복’을 즐겁고 신나는 것으로 표현이 됐는데, 연수오빠 편곡에서는 잔잔하게 느껴지는 ‘행복’으로 표현됐어요. 데모 편곡보다 지금의 편곡이 가사에서 담고자 하는 의미를 더 잘 보여주게 된 것 같아요.


- 솔직한 가사도 인상적입니다.


평소에 있는 그대로 가사를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멋지고 시적인 가사들로 쓰고자 하는 내용을 예쁘게 포장하기보다는 솔직하고 꾸밈없이 제 소심한 성격과 지질한 속내까지 담아내는 것이 좋아요. ‘LOVE’의 브릿지 부분에 ‘흐린 뒤 맑음’ ‘아무것도 없는 주말’ ‘제일 좋아하는 노래’ ‘엄마의 향기’가 행복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네 가지는 별거 아니어도 제 우울한 마음을 한순간에 뒤집어줄 수 있는 정말 소중한 행복들이에요.


2번 트랙의 ‘스케치’(sketch)는 제 소심한 성격을 그대로 넣은 가사가 나와요. 영어 가사인데 ‘Say yes, I’ll let you know how I feel / Say yes, whatever my feelings are’라는 부분은 내 마음을 고백할 테니 “응"이라고 대답해줘, 그 마음이 어떤 것이든 “응”이라고 대답해줘라는 뜻이에요.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을 때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할지 겁이 나 고백하기도 전에 지레 겁먹는 저의 모습을 담았어요.


ⓒehue__film

- 앞으로 eunoo로서 어떤 음악들을 보여 주실 건가요?


제 안에는 다양한 색들이 있지만, 리스너들에게 아직 어떤 색의 아티스트인지 알려줄 만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아직 무색의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웃음). 매번 다른 색으로 eunoo를 설명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 싱어송라이터 eunoo에게 ‘음악’이란?


저에게 ‘음악’은 오래된 동네 친구 같은 존재에요. 아무 때나 봐도 어색하지 않고, 힘들 때 만나서 맥주 한 잔 같이 할 수 있는 친구요. 그 정도로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같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대중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세요?


음악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을 하는 사람, 만능 아티스트로서 평가받고 싶어요. 저는 뛰어난 보컬 테크닉, 독특한 음색, 음악성 등의 특정 능력치가 유난히 높은 뮤지션은 아니에요.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의 능력치가 10이라면 저는 음악뿐 아니라 춤, 영상, 언어, 디자인 등 많은 분야에 조금씩 나눠 놓았어요. 예전에는 그런 저 자신이 너무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다재다능한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것이 제 장점이 되어 대중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 eunoo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저는 너무 높은 곳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최종 목표라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고요(웃음). 당장 다음 달, 올해의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저에게 있는 큰 목표라고 한다면 ‘지속하는 것’입니다. eunoo라는 이름으로 당당한 아티스트로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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