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 우려’에 용산 일대 13곳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구청 허가 받아야 계약 가능…증여·소송·경매는 예외
제도적 허점 노린 편법 거래 가능, 악용 사례 나타날 수도
정부가 투기방지 대책 일환으로 용산 정비창 부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증여·소송·경매’ 등을 통해 제도를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용산 정비창 부지와 인근 한강로동‧서부이촌동(이촌2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13개 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허가대상에서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이 넘는 토지를 살 땐 관할 구청(용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투기’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 간 합의 이후, 용산구청에 계약내용 및 토지이용계획 등이 첨부된 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구청에서 신청내용 검토 후 15일 이내 신청인에게 허가증을 교부하거나 불허가 처분을 한다. 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가를 받고 나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증여·소송·경매는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토지거래구역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제도적 허점을 노린 꼼수 거래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부동산 전문)는 “허위 경매를 이용할 수 있다”며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대여금 공증을 받은 후, 해당 물건을 경매에 붙여 낙찰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매매계약을 허위로 먼저 체결할 수는 없지만, 돈을 빌려준 것처럼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재산에 강제집행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넘겨오는 등 소송을 이용한 허위거래 사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증여의 경우 지금은 자금 흐름이 투명화 돼있어 편법거래로 이용하기에 쉽지 않지만, 경매는 실질적으로 합법이기에 허위 경매 사례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매를 악용한 사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용산 정비창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기 이전부터 편법 거래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10억 미만의 매물이 많은 서부이촌동(이촌1구역·중산아파트) 지역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등은 매물이 20억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가격대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용산역 정비창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표되지 않은 지난주 거래 문의가 쏟아졌는데, 경매나 증여 거래를 상담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부이촌동의 일부 수혜를 받는 지역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인근 B공인중개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중산아파트는 200가구가 조금 넘고, 이촌1구역에서도 약 30%밖에 되지 않기에 편법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증여·경매 거래는 극단적인 편법거래 케이스이지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언제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있다”고 말했다.